[심층분석]포스트 코로나…정책·경제 특성 변화 전망

[심층분석]포스트 코로나…정책·경제 특성 변화 전망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4.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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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산업 구조조정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 현금지원 수혜 중국이 가져갈 수도

 

▲ 요동치는 금융시장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코로나19(COVID-19)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다행히 한국의 경우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는 질병의 확산 방지라는 목적과 더불어 이번 사태가 경제적으로 미칠 여파까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가 발원지인 중국보다는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국가들을 위주로 확산되며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상점이 문을 닫는 등 시장은 얼어붙는 형국이다.

팬데믹은 결국 종식될 것이다. 다만 경제적 흉터는 남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태가 종료된 후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다. 각 금융당국은 민간과 협조를 통해 코로나 충격의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이어가며 장기적으로 상처를 치유하겠지만 단기적 변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동안의 사례를 돌이켜보면 전쟁이나 대규모 경기침체를 전후로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와 산업은 늘 변해왔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마에 의한 평화)부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평화)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꾸준한 성장통을 겪었고, 그럴 때마다 세계정세를 주도하는 국가마저 변한 경우도 있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절대강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조차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로, 7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근대 이후 경제성장을 주도한 산업 역시 변해왔는데, 미국의 경우 1950~1960년대는 주간고속도로 확충과 교외지역 주택 등 국가기반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1990년대에는 미국 IT투자, 2000년대 들어서야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을 주도해왔다. 90년대 초의 미국은 걸프전과 소련의 붕괴를 겪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9·11테러와 더불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세계금융위기를 겪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 경고등이 들어오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경제지형이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정부지출, 미래의 빚?…“GDP대비 부채비율 줄일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며 각국은 강력한 재정정책과 양적완화(QE)를 통해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주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의 개발은 최소 1년이 소요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정부정책은 일단 질병이 잠잠해질 때까지(백신이 나올 때까지) 버티기 위한 목적이 크다. 


문제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양적완화로 인해 늘어난 국가부채와 유동성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가부채는 곧 미래의 상환부담으로 돌아오며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제약을 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저성장을 탈피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책정된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를 넘어선 가운데 지난달 정부는 11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대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정부는 이번 주 7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3차 추경도 시간문제라 보고 있다. 본예산은 연간 집행하는 관계로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2차·3차 추경과 같이 단기간 내 특정 목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의 경우는 다르다.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트레이더들이 떠난 탓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정부지출 증가로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면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금리 인상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늘어났던 재정정책이 축소되는 시점에 가계·기업의 경기가 충분히 회복된 상태라면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는 문제되지 않고, 가계·기업으로부터 세수가 따라 늘기 때문에 정부가 팽창을 줄이더라도 경제에 가해지는 부채 부담이 적을 수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코로나19) 중 국방비(정부지출)를 늘리다가 종전 후 국방비를 제외한 재정지출(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가면 의외로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줄일 수 있다”며 “한 쪽의 디레버리지가 다른 쪽의 레버리지로 보완되는 방식으로, 재정정책이 현금지급에 이어 인프라 투자로까지 연결된다면 가능하다”고 했다.

美 셰일산업 구조조정 올까

이와 함께 글로벌 경제 전반에 가해진 코로나 충격으로 향후 산업부문의 구조조정 가능성 또한 조명을 받고 있다. 과거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되는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데, 이처럼 국가 거시경제 구조조정은 보통 외부 충격에 의해 이뤄진다.

글로벌 경제라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산업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는 국가는 국내총생산(GDP)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이다. 다만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중국의 낮은 외채비율을 고려한다면 이들 국가에서 거시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일정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미국 셰일산업이다. 셰일오일은 통상 수직시추를 통해 채굴하는 방식과 달리 매장된 원유 특성상 수평시추공법으로 채굴하는 관계로 전통적 방식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셰일오일 개발에 힘입어 러시아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미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일일 1천3백만 배럴을 생산한다.

최근 국제유가 감산 논의의 중심에 놓인 미국 셰일산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석유채굴 지출(capex) 비중이 0.6%에 불과하다. 셰일업체의 생산단가는 배럴당 49달러(텍사스 지역 신규유정 평균)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국제유가는 20달러대로, 50달러대였던 1월과 비교하면 심각한 하락폭이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공장과 항공·항만 산업의 엔진이 꺼지고 석유 소비 자체가 감소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동맹마저 깨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파산한 화이팅석유(Whiting Petroleum)가 대표적인 예로, 셰일업체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은행들은 화이팅석유의 파산신청이 미 에너지 업계에 닥칠 줄도산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경제지형 어찌되나?
코로나 국면이 종식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각국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가며 막고 있지만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는 점은 주지된 사실이다. 백신이라는 근본적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는 한 혼란은 가중된다. 정부는 혼란을 최대한 늦추는 역할을 할 뿐이다.

코로나19의 발원국이던 중국은 초기 확산세가 진정되며 3월부터 빠른 속도로 제조업 생산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0이다. 올해 1월 35 언저리를 맴돌았던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반등이다. PMI가 50을 초과하면 확장국면임을 의미한다.

앞서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신형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자금액만 해도 5년 간 1,190조 원에 달한다.

문제시 되는 것은 경제충격이다. 세계 최대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최근 정점을 지났다는 낙관적인 전망 속에 뉴욕증시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5일(현지시간)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일일 생산량은 30%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1929년 대공황 당시 생산량 감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WSJ는 “상점들이 문을 닫으며 미국의 일일 생산량(daily output)이 29%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10년 동안은 미국 소프트웨어 투자가 경제를 주도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이같은 이유로 코로나 이후 미국은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보수·확대)로, 중국은 신형 인프라 위주로 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대변되는 미국 소프트웨어 투자가 성장을 주도했지만, 경기침체가 끝나면 그 후에는 다른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中, 무역분쟁 손실 만회할까

한편 코로나 사태가 진정 이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코로나 충격 완화를 위해 2조 2천억 달러 중 현금·실업수당 등 대국민 직접지원금으로 5천500억 달러를 책정했다. 가계는 정부의 지원금을 소비로 연결시키는데 코로나 충격으로 미국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어 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은 미국 공장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들로 조달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 중 입은 손실을 일정부분 만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3.8%에서 12%까지 대폭 조정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이 입은 무역손실은 92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올해 1~2월 대중국 상품수지도 -420억 6천3백만 달러로, 전년 동기(-592억 3천만 달러)에 개선됐다.

무역분쟁이 지속되며 중국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고 중국의 빈자리는 멕시코, 베트남, 대만, 인도 등이 차지한 상태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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