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연 변리사 칼럼] 변리사가 겪는 특허명세서 작성 위험요소

[김신연 변리사 칼럼] 변리사가 겪는 특허명세서 작성 위험요소

  • 기자명 김정수
  • 입력 2020.06.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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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정수 기자]특허명세서는 변리사의 생각과 견해를 적는 문서가 아니다. 이 문서는 의뢰인의 생각을 적는 문서다. 생각의 주체와 말을 하는 사람의 불일치는 발명의 내용을 왜곡하기 쉬운 조건이다.

우리는 발명이 해결하려는 문제의식과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 장황하게 서술되는 특허명세서를 자주 목격한다. 그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생각의 주체와 말하는 사람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의뢰인의 생각과 변리사의 생각이 한 문서에 섞임으로써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변리사가 특허명세서를 작성할 때는 자기가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 문서가 자기의 이름이 아닌 의뢰인의 이름으로 제출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관되게 의뢰인의 생각과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하며, 기술 내용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지나치게 개입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의뢰인의 생각과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는 적절한 특허명세서를 쓸 수 있다. 다만 변리사 스스로 발명자가 돼서는 안된다. 과도함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 내용의 핵심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잘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 말을 많이 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허명세서 작법 실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허명세서는 독창성 있는 부분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기술 내용에 관해서 모든 문장이 독창적인 구성에 관한 것이라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특허 명세서가 독자의 지식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의 독창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것이 특허명세서의 덕이라고 할 때, 변리사는 독창성에 초점을 맞춰서 기존 지식과 공지 사실을 적절히 활용해 특허명세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편집적 창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독창성과 공지성을 적절히 편집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특허명세서 작성할 때 필요한 편집 균형 감각이다.

이 감각이 잘 발휘된다면 기술 내용의 핵심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 감각이 부족하면 기술 내용의 핵심이 모호해진다. 그런데 상당수의 변리사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신뢰한 나머지 편집 균형 감각을 상실한다. 발명의 독창적인 부분과 무관해서 비본질적인 내용을 지나치게 많이 표현함으로써 독창적인 부분의 비중이 적어지고, 그래서 특허명세서가 담고있는 기술의 요체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특허명세서는 변리사와 의뢰인이 소통하는 문서다. 그 소통을 통해 오류를 정정하고 더 나은 개선을 추구하는 데 변리사의 지식과 경험이 과하게 특허명세서에 반영되면 오류 정정과 개선 추구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잉신뢰를 낳는다. 즉 변리사가 너무 똑똑한 것처럼 보이면 의뢰인이 침묵하고 만다. 그러면 의뢰인은 변리사가 작성한 특허명세서를 대충 읽게 되고 분명히 잘못된 부분에서조차 전문가를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그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셋째, 엉뚱한 부분에 특허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독창성과는 무관한 부분에 특허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뢰인의 기술 내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함으로써 의뢰인이 의뢰하지 않은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특허명세서를 만드는 위험은 몇 번을 경고해도 지나침이 없다.

실무자의 특허명세서 작성행위는 대리행위이며, 이는 어디까지나 의뢰인의 생각과 판단의 범위에 속박된다. 의뢰인의 진심을 탐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 이것 이상의 일탈은 명시적인 동의가 없으면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의뢰인은 대개 특허명세서의 문법과 이 분야의 전문용어를 알지 못한다. 일부 단어와 문장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특허명세서가 제대로 작성됐을 거라고 기대한다. 자신의 생각과는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왜곡하는 부분이 있으며, 그런 부분에 특허를 받았더라도 그런 사실이 의뢰인의 눈에 잘 포착되지 않고 은폐된다. 

이와 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의뢰인의 생각을 경청한다. 의뢰인의 문제의식과 비즈니스 계획을 포함한다. 막연히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므로 구체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더퍼블릭 / 김정수 kjs@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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