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호남과 접촉한 가스공사, 가스‧해상발전소 제안 논란…채희봉 지시 여부 관건

北 리호남과 접촉한 가스공사, 가스‧해상발전소 제안 논란…채희봉 지시 여부 관건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2.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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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에 원자력발전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데 대해 정부 차원의 지시였는지,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의 단순 검토였는지를 놓고 여야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 관계자가 2019년 러시아에서 북한 인사를 극비리에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 관계자와 북한 인사는 접촉 당시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9일 국민의힘 ‘탈원전‧북원전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소속인 이철규 의원실에 따르면, 가스공사에서 남북에너지협력추진반 반장 겸 총무처장 직무를 맡고 있는 A 차장은 2019년 11월 29일 ‘북‧러 간 교역 및 산업연계에 따른 에너지산업 협력방안 모색’을 목적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출장길에 올랐다.

A차장은 출장 첫날인 11월 29일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해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기업을 방문해 해당 기업 대표와 러시아 극동지역개발 현황을 논의했다. 이어 이튿날인 30일에는 극동개발공사를 방문한데 이어 또 다른 기업의 현지 법인장 및 대북사업가와 면담을 진행했고, 12월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A차장은 귀국 후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국외출장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문제는 A차장이 제출한 출장보고서에는 북한 측 인사와 면담했던 내용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철규 의원실이 언론에 공개한 ‘북‧러 접경지역 출장관련’ 문건에는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북한 측 인사와 면담을 했는지 묻는 질문이 기재돼 있는데, A차장은 자필로 ‘만남(1인)’이라 적고 서명까지 했다.

즉, A차장은 블라디보스톡 출장에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해 면담을 했으면서도 출장보고서에는 이를 적지 않았다는 것.

가스공사 관계자, 영화 ‘공작’ 실존인물을 만나다!

이철규 의원실이 언론에 밝힌 A차장과 북한 인사와의 면담 경위는 이렇다.

2018년 중순경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남북자원협력실장을 맡고 있는 B씨가 대북사업가인 속칭 ‘김 사장’을 A차장에게 소개했고, 김 사장은 2019년 8~9월 사이 A차장에게 “북한이 가스에 관심이 많다”며 북한 측 관계자와의 만남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A차장은 2019년 10월께 ‘북한이 가스에 관심이 많아 북측을 접촉해 보겠다’고 가스공사 사장에게 보고했고, 당시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이를 승인했다.

채희봉 사장은 현재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채희봉 사장의 승인이 떨어지자 A차장은 11월 25일 통일부에서 ‘북한주민 접촉 수리서’를 발급받은데 이어, 나흘 뒤 인 29일 블라디보스톡 출장길에 올라 김 사장과 함께 블라디보스톡 소재 롯데호텔에서 북한 측 인사를 29일과 12월 1일 두 차례 면담했다.

이러한 자초지종은 A차장이 이철규 의원실을 방문해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A차장이 대북사업가와 함께 만난 북측 인사는 흑금성 사건을 다룬 영화 ‘공작’에서 배우 이성민이 연기한 리명운의 실존 모델 ‘리호남’이라는 게 이철규 의원 측의 설명이다.

리호남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밀사로 파견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베이징에서 만났고, 이에 앞서 2005년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함께 출연한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 영화 '공작'(CJ엔터테인먼트)


北 원산‧갈마 지구에 가스발전소 구축?…이철규 “출장보고서에 리호남 면담 사실 누락”

A차장은 이철규 의원 측에 당시 리호남과의 면담 내용도 털어놨는데, 리호남은 A차장에게 러시아 가스를 싸게 구해 팔면 가스공사에서 구매가 가능한지를 물었고, A차장은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신 A차장은 북한 내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 사업 가능성을 물은데 이어, 가스발전소 장점을 설명하면서 북한 원산‧갈마 관광지구 개발과 관련해 1년이면 가스발전소 구축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했다.

공교롭게도 A차장이 리호남을 접촉한 다음날이었던 2019년 12월 2일 ‘정부가 북한이 역점을 두고 개발 중인 원산‧갈마 관광지구 개발에 남측이 참여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전해졌고, 이와 관련해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우리가 제안하고 있는 건 구체적이지 않다”면서도 “남북이 만나야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 현재 제재와 관계있는 게 있고 없는 부분이 있다. 이를 잘 구분해 우선순위를 정해 북한과 이야기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두고 이철규 의원 측은 “정부 차원의 원산‧갈마 지구 개발을 위한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A차장이 리호남과의 면담에서 원산‧갈마 지구에 가스발전소 건설이 1년이면 가능하다는 제안을 했고, 다음날 정부가 원산‧갈마 지구 개발에 남측이 참여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전해졌으며, 통일부 장관도 제안이 구체적이진 않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북한 전력 지원을 타진했던 게 아니냐는 것.

이철규 의원은 “미 국무부는 ‘대북경협은 미국과 사전에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인 만큼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는데, 미국과 이에 대해 협의했는지 공개가 필요하다”며 “만약 미국의 대북제재를 어긴 것이라면 가스공사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A차장의 (러시아)출장계획서, 출장보고서에는 리호남을 극비리에 면담한 사안들이 누락됐고, (리호남과의 접촉 및 면담 내용은)철저히 비밀로 진행했다”며 “가스공사는 북측 인사 면담 내용 등 관련 문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신뢰할 수 없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기업 처장이 대북사업을 (가스공사)사장에게 먼저 제안하고, 단독으로 북측 고위인사를 만난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관여된)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출신인 채희봉 사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통일부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해상발전소 건설 대가로 수소 공급?

가스공사 A차장이 블라디보스톡에서 리호남을 만나 원산‧갈마 지구에 가스발전소 구축을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 통일부는 9일자 서면브리핑을 통해 “통일부 차원에서 북한 가스발전소 건설 추진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가스공사는 2019년 11월 향후 남북경협 재개시를 대비한 북한 동향 파악을 목적으로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을 사전 신고했는데,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접촉 목적 범위 외 사업 금지 및 대북제재 준수 등을 조건으로 수리했다”며 “이후 결과보고서 징구 등 관련 조치가 모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통일부 차원에서 북한 가스발전소 건설 추진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A차장과 리호남 면담 당시 가스발전소 건설 외에 또 다른 방법으로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자 ‘TV조선’ 및 9일자 ‘채널A’ 단독 보도에 따르면, A차장과 리호남 면담 당시 자리에 함께 했던 대북사업가 김 사장은 TV조선 측에 “리호남이 쿠바 10페소 지폐에 그려진 한국 발전기를 거론하면서 중고 설비가 없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쿠바 지폐에 담긴 발전기는 현대중공업이 쿠바에 수출한 발전기로 전력시설 부족에 따른 정전사태를 획기적으로 줄여 쿠바 경제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고 발전기가 없냐는 리호남의 물음에 A차장은 발전용 선박을 탑재한 바지선을 바다위에 띄우고, 여기서 만들어진 전력을 공급하는 ‘해상발전소’를 거론했다고 한다.

가스 배관을 북한에 건설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대안을 제시했고, 북한은 그 대가로 수소를 공급해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북한 측에 자료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 9일자 채널A 보도 화면 캡처

가스공사 “발전소 지어줄 여건 안 돼…리호남 접촉, 채희봉 사장 승인? 모르겠다”

가스공사 측은 해상발전소 건설이 공식적인 계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식적으로 가스공사가 (해상발전소)계획을 만들고 그런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가스공사 차원에서 원산‧갈마 지구 가스발전소 건설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없었다. 가스공사가 발전소를 건설해 줄 수도 없고, 지어줄 여건도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차장과 리호남 면담 당시 원산‧갈마 지구 가스발전소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가스공사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그 부분에 대한 가스공사의 공식적 입장이라는 게 없다”며 “원산‧갈마 지구 관련 석탄이든 석유든 여러 가지 에너지 발전이 있을 수 있는데, (가스발전소는)그 중 하나로서 언급된 차원이지 가스공사가 현실적으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A차장과 리호남이 접촉한 이유에 대해선 “2018년도 남북경협 관련해서 얘기가 많이 오가면서 나중에 경협이 확대되면 어떤 식으로든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데, 가스공사가 북한 에너지 현황을 알 수 없다보니 접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스공사가 (북한에)발전소를 지어줄 여건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채희봉 사장 승인 하에 A차장이 리호남을 접촉한 게 아닌가’라는 물음엔 “그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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