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동참하라” 산유국 간 소리 없는 전쟁…美 원유 감산 요구 점차 확대

“미국도 동참하라” 산유국 간 소리 없는 전쟁…美 원유 감산 요구 점차 확대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4.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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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증산 경쟁으로 인한 유가폭락 방지를 위해 미국도 감산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그 동맹국들은 세계 원유 수요의 약 10%를 감산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사메라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산유국 간 감산합의가 새로이 이뤄지면 미국 등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5일(현지시간) 당부했다.

알갑반 장관은 이날 “새 감산 합의는 OPEC+(오펙 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연대) 밖에 있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주요 산유국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석유부 대변인실이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수하일 마즈루에이 에너지부 장관도 “OPEC+ 뿐 아니라 모든 산유국의 조화롭고 일치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산 합의가 성사되면 모든 산유국이 원유시장의 균형을되찾기 위해 신속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OPEC+는 사우디의 제안으로 6일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하려 했지만 9일로 연기됐다. OPEC+는 지난달 6일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을 맞아 3월로 끝나는 감산 시한과 감산량을 늘리는 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사우디는 감산 시한이 끝난 이달 1일부터 2월 산유량(일일 970만 배럴)보다 27% 늘어난 일일 1천230만 배럴을 생산했고,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까지 폭락했다.

채굴 단가가 높은 셰일가스 산업 보호를 위해 유가가 높아질 필요가 있는 미국은 사우디와 러시아 간 불화에 개입하며 일일 1천만~1천5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사우디의 입장은 아직 불분명하다.

서유럽 최대 원유 및 가스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이미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이뤄지면 원유 생산 감축 동참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노르웨이는 세계 석유수요의 약 2%를 생산하지만 OPEC 회원국은 아니다.

OPEC+가 최근 3년간 3~6개월 단위로 감산합의를 연장하며 국제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안팎으로 유지해온 덕분에 미국은 감산 대열에 동참하지도 않으면서 셰일 오일을 증산해 최대 산유국이 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를 통해 유가를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수준으로 조절하려 했고, 이 때문에 사우디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8년 8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자 미국은 OPEC+ 회의에서 사우디가 증산을 주장할 것을 요구했다.

계속되는 미국의 압박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

미국이 이처럼 사우디에 압력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이란으로 대표되는 중동의 안보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사우디는 경제적으로 이란을 앞서지만 군사적으로는 열세인 탓에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OPEC+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회의가 열릴 때면 종종 고위급 인사를 보내 친미 산유국들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곤 했다. 덕분에 OPEC+가 산유량 조절과 관련해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미국은 예외였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따른 산유량 조정 문제가 불거지자 친미 산유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감산만 요구할 게 아니라 솔선수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제시한 일일 1천만 배럴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일일 산유량과 맞먹는 규모인 만큼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양에 가깝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저유가로 미국 에너지 업계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수입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감산 동참은커녕 OPEC+ 압박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지난달 OPEC이 감산에 합의했을 때 이에 동참하지 않았던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합의 결렬에 대한 책임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사우디가 OPEC 외 주요 산유국들도 감산대열 참여를 촉구한 만큼 이들 국가들과의 감산합의가 실제로 이뤄지면 유가는 큰 문제없이 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끝내 ‘배짱전략’으로 맞설 경우 합의에 실패한 사우디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 또한 맞수를 놓을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추가적인 입장 발표가 있지 않은 현재로서 섣부른 예단은 어려운 상황이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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