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사망 사고’ ‘문서 조작’ 경동건설, 26일 2심 선고…결과는?

[추적]‘사망 사고’ ‘문서 조작’ 경동건설, 26일 2심 선고…결과는?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2.05.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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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부산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를 냈던 경동건설에 대한 2심 선고가 오는 26일 열린다.

당시 사망사고의 원인은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탓으로 지목됐지만, 경동건설은 사고 직후 현장의 부품들을 새제품으로 교체하고 없던 계단대를 만드는 등 현장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 안전소홀에 대한 책임을 사망자에 돌리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경동건설은 사망자가 자필로 서명했다고 하는 ‘관리자 감독 지정서’에 만들어 법원에 제출했으나, 유족이 전문가에게 검증은 요청한결과 지정서에 적힌 글씨는 고인의 필적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심 재판부의 판결에서 피고인들은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재판부가 단지 목격자와 CCTV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하청 책임자들의 책임을 가벼이 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이에 유족 측은 항소를 했고, 오는 26일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다. 유족들은 이번 선고에서만큼은 사법부가 엄정한 판결을 내리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동건설 엄중한 처벌 촉구"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동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故정순규씨의 아들인 정석채씨의 요청을 받고 의견서를 작성했다.

당시 일어난 사망사고의 진실규명과 가해자를 엄벌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이다.

이탄희 의원은 의견서 첫 서두에서 “대한민국의 산업재해 현실에서, 이 사건과 같은 사망사고에서까지 낮은 형량이 지속되는 것은 개별 사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이 의견서를 작성하게 됐다”며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인 취지를 밝혔다.

이 의원은 의견서를 통해 경동건설 노동자 사망사고와 연관 지어, 줄어들지 않는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이 의원의 의견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2062명이며, 이중 882명이 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통계청 기준 우리나라 인구가 5182만1669명임을 고려하면 100만 명당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약 17명으로 1.62명인 영국보다 거의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사망사고에 대한 보상 역시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로 형성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사망사고와 관련된 양형의 경우 우리나라의 형사재판 구조상 피해자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문서화된 기록을 근거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재판부가 사망사고를 낸 기업 등 피고인 측의 주장을 더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 의원은 “열심히 일하다가 죽는 현실은 그 가족들과 동료들, 사회 전반에 쉽게 회복될 수 없는 고통과 충격을 주어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며 “작은 사고들은 언제든지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까지 내포한 것이기에 단기적으로 안전관리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기업들도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망이라는 결과의 중대성 뿐만 아니라 그 결과의 사회적 충격, 갈등과 해악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상 사망사고는 애초에 집행유예의 부정적 사유로 정해진 것이다”며 “피해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는 태도는 이러한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어 문제라고 보여진다”고 쏘아붙였다. 

현장 은폐하고 문서조작까지...유족, 사측과 3년 째 사투

이 의원이 제기한대로, 유족들은 피고인 경동건설과 법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3년 가까운 사투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경동건설 측의 안일한 사후 대처에서 촉발됐다. 유족들은 경동건설이 당시 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기는 커녕, 정황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비판을 쏟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 10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JM건설 소속 근로자 故정순규씨가 4m 안전발판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들 정석채씨 등 유족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비계에 안전망이 없었고 안쪽 비계에 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BS <시사직격>은 2019년 12월13일 방영한 ‘무엇이 이들을 죽게 하나’(2부작)에서 “한국비계기술원에 자문을 구한 결과 당시 사고 현장 비계는 안쪽 안전난간대, 안전망 미설치 등 여러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故정순규 씨가 추락한 건설현장. 사고 이틀 뒤 현장 상태가 바뀌었다. (사진제공=유족 측)

그러나 경동건설 측은 사고 직후 사고현장의 클램프 등 부품들을 새제품으로 교체하고 없던 계단대를 만들며, 사고가 났다던 수직사다리를 철거하는 등 현장상태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원인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경동건설의 사고 은폐 정황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경동건설은 안전소홀에 대한 책임을 사망자인 정씨에게 돌리기 위해 문서를 위조했다는 논란도 일은 바 있다. 

사망사고를 둘러싼 사안이 법정으로까지 넘어가자, 경동건설은 같은 해 11월 故정순규씨가 자필로 서명했다고 하는 ‘관리자 감독 지정서’를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관리감독자 지정서에는 고인의 이름과 서명이 적혀있었다. 안전·관리 책임은 고인에게 있으니 경동건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족 측은 해당 사진을 봤을 때, 한눈에 고인의 필적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故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가 전문기관에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결과, 지정서에 써있는 필적과 고 정씨의 필적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 그친 판결에 유족 '분통'...2심은 다를까 


▲ 지난달 18일 故정순규씨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부산지법 앞에서 경동건설 사망사고와 관련한 진상규명과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유족 측)

 

이 사건과 관련해 진행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경동건설의 문서가 위조됐다는 내용으로 전문기관 확인을 받아 제출했는데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은채 고작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6월 16일 1심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동건설 관리소장과 하청업체 JM건설 이사에 대해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유족 측은 “1심 결과는 경동건설 등 가해자 측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면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심 재판부가 단지 목격자와 CCTV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하청 책임자들의 책임을 가벼이 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이후 유족 측은 같은 해 7월 9일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고, 올해 4월 18일 첫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1심 판결이 사고 발생 경위와 원청 경동건설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사안을 감안할 때 죄질에 비춰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1심 구형과 같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이사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겐 금고 1년을, 원·하청 법인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이와 관련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5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곧 진행되는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시민·종교 단체에서도 연이어 성명서를 내면서 유족들의 힘을 보태고 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인 ‘다시는’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2심재판부는 故정순규 님을 사망케 한 경동건설 사업주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때 고인과 유가족의 고통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회사의 재발방지책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기업의 이윤의 편이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편에 서기를 촉구하며 우리는 2심 재판부가 정의로운 판결을 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도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경동건설은 사고 현장을 조작·은폐했는데도 불구, 1심 재판부는 부실하게 조사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결과와 목격자도 아닌 하청업체 진술토대로 낮은 형량을 선고해 유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성과 양심에 어긋나는 법과 그 집행은 정의로울 수 없으며, 그것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 하나의 폭력행위”며 2심 재판부에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길 촉구했다.

유족들 역시 곧 진행되는 항소심 선고에서만큼은 사법부가 엄정한 판결을 내리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

다만 이번 항소심 선고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나와도, 억울한 가족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이어갈 것이란 방침이다.

故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는 “너무나 많은 조작과 은폐가 된 죽음이기에, 이번 항소심 선고가 솜방망이라면 어떻게든 검찰과 싸워 ‘상고’ 하도록 만들어서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게 하는 것도, 아버지의 억울한 삶에 감히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리는 일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정석채씨는 본래 유명 연예인들의 의상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였으나, 아버지의 사고 이후 생업을 접고 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을 3년 째 해오고 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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