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화는 시켰지만 부정청탁은 아니다?…장관이 거짓말해도 해임되지 않는 나라

추미애, 전화는 시켰지만 부정청탁은 아니다?…장관이 거짓말해도 해임되지 않는 나라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9.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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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휴가 연장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추 장관과 서씨 등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과 아들 서씨, 추 장관의 전 국회보좌관 A씨와 당시 서씨 소속 부대 지역대장 B씨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이 군무이탈 범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추 장관 및 아들, 전 추미애 의원 보좌관 등을 불기소한 가운데, 당시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아들 휴가 연장 요청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돼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아들 휴가 연장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보좌관에게 시킨 적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8일 추 장관 아들의 병가 관련 의혹 고발 사건 공보자료를 통해 “추 장관 아들 병가 등 휴가 신청 및 사용 과정에서 위계나 외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부대 미복귀는 휴가 승인에 따른 것으로 군무이탈 범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과 아들, 전 보좌관 등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동부지검은 다만,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부정청탁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최모 전 보좌관의 휴대전화에 대한 모바일 포렌식 결과, 추 장관 아들의 병가 연장 및 정기휴가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과 2일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해 연락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추 장관과 보좌관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추 장관 아들의 병가 연장 관련, 최 전 보좌관은 2017년 6월 14일 오후 4시 20분경 추 장관(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게 “아들 건은 처리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같은 날 오후 6시 16분에는 “(아들 무릎수술 관련)소견서는 확보 되는대로 추후 제출토록 조치했습니다”라고 보냈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은 “최 전 보좌관은 추 장관 아들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 조치를 취한 후 추 장관에게 알려준 것일 뿐, 추 장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21일 오후 4시 6분, 추 장관은 최 전 보좌관에게 아들이 근무하던 부대를 총괄하던 미2사단 지역대 지원장교 김모 대위의 휴대전화 번호를 전달했다.

이에 최 전 보좌관은 “네^^”라고 답했고, 오후 4시 32분 추 장관이 최 전 보좌관에게 “아들이랑 연락 취해주세요(5시 30분까지 한의원 있음)”이라고 지시했으며, 오후 4시 37분 최 전 보좌관은 “네 바로 통화했었습니다. 지원장교에게 (추 장관 아들의)예후를 좀 더 봐야 해서 한 번 더 (휴가를)연장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황입니다. 예외적 상황이라 내부검토 후 연락주기로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동부지검은 “(9월 26일 서면조사에서)추 장관은 최 전 보좌관에게 아들의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말했을 뿐 아들의 병가 연장 관련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자신이 알아둬야 할 내용을 최 전 보좌관에게 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동부지검은 추 장관이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추 장관은 아들 부대의 지원장교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전달했고, 보좌관은 지원장교랑 통화한 내용을 추 장관에 보고한 사실은 명백했다.

동부지검의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대검찰청은 보완 수사를 지시했지만 동부지검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사 종결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최근까지 아들 휴가와 관련해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으나, 동부지검이 공개한 추 장관과 전 보좌관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지시한 정황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8일자 페이스북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전화는 시켰지만 부당청탁은 아니다”라며 “장관이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해도 해임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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