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현대차 ‘이뤄지지 않은 만남’…애플-KT ‘갑질계약’이 이유?

애플-현대차 ‘이뤄지지 않은 만남’…애플-KT ‘갑질계약’이 이유?

  • 기자명 김은배
  • 입력 2021.02.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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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미지. 본문과 직접적 관련성은 없는 사진.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현대차와 애플의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향후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거론되지만 한동안 협상 무드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8일 오전 공시에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외신들은 협상 중단의 이유를 추적하며 애플 특유의 ‘비밀유지 원칙’이 문제였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은 공급자 또는 잠재적 파트너들에게 협상 관련 비밀유지를 강도높게 요구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제품, 서비스의 구체적 내용을 유출하는 것 외에 협력 계약의 존재를 인정하는 수준만으로도 거액의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즉각 파기해온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조건이 문제가 됐을 수 있다는 추측도 적지 않다. 과거 국내 통신사와 애플 간 협상 과정을 복기해보면 이번 현대차와 애플의 협상 결렬 요인도 설명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애플과 통신사 간 ‘갑질 계약’은 2009년부터였다. 당시 국내에는 생소했던 스마트폰 ‘아이폰3GS’가 론칭됐고, 이동통신사 ‘콩라인’인 KT는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해 애플과 아이폰 독점 계약을 맺는다. 애플은 KT에 독점계약을 맺는 대신 KT에 자사의 요구를 대부분 승낙시켰다.

대표적으로 광고비, 수리비 떠넘기기가 있다. 애플은 이동통신사가 아이폰 광고 비용과 보증수리 비용을 대부분 부담토록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폰 광고에 한해선 통신3사는 다를바가 없었다. 애플이 광고를 제작하고 통신사는 광고 뒷부분에 잠깐 로고를 띄울 뿐이다. 다만, 이같은 광고방침에도 해당비용은 그동안 통신사들이 대부분 부담했다. 아울러 통신사가 보유한 특허권에 대해서도 애플은 무상으로 이용 가능하다.

비대칭 계약이었지만 통신사들은 차례로 동일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KT가 아이폰 인기를 타고 급격히 점유율을 늘리자 LG유플러스, SK텔레콤도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폰을 도입키로 한다.

일각에선, 현대차와 애플의 계약도 양측과 치열한 기싸움이 배경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완성차 입장에선 혁신적 이미지가 강한 애플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경우 종전 내연기관차 회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래차 회사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과 협상중’이라는 소문만 돌아도 현대·기아차는 물론 일본 미쯔다, 스바루, 닛산자동차, 혼다, 도요타자동차 등 까지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애플이 완성차 업체와 협업할 포트폴리오가 갖춰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통신사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대를 개척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대조적으로 애플의 자율주행차는 아직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 아이폰 등으로 일궈낸 혁신 이미지가 자동차에서도 먹힐 것이라는 기대 뿐이다.

완성차 업계는 이미 애플 없이도 미래차 시장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자율주행을 연상케하는 오토파일럿 등의 기술 공개 등에 힘입은 ‘테슬라’가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있다. 현대·기아차도 전기차 분야에선 글로벌 톱5에 포함된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으로 만든 플랫폼(G-EMP)도 곧 출시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애플 자율주행차의 하청업체를 자처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갑의 입장에서만 일방적 계약을 맺어왔던 애플이 자율주행과 관련한 혁신적 기술을 미리 완성하지 못하면서도 계약 조건을 굽히지 않았 던 것이 협상 중단의 주요 배경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짙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애플의 통신사에 대한 갑질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자진 시정안)을 승인한 영향도 일정부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위법성을 따져 과징금을 내게하는 대신 기업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이행해 사건을 조속히 종결하는 제도를 뜻한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전액 국고로 귀속되지만, 기업이 자신시정안을 제출하면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을 직접적으로 구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공정위가 애플의 혐의를 ‘갑질’로 명확히 규정하진 않았지만, 동의의결을 거쳐 애플은 상당수 계약을 개선키로 합의 했다.

더퍼블릭 / 김은배 rladmsqo052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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