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동 어머니의 눈물의 호소 무시한 ‘쏘카’…구멍 뚫린 기업 운영의 예견된 결과?

김다정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4 10: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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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직원의 실수인가, 예견된 관리부실 사고인가…“돈만 밝히는 반인권 기업” 비판

국내 모빌리티 업게 최초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반열에 오른 쏘카를 향한 사회적 공분이 심상치 않다.


30대 남성이 차량공유업체인 ‘쏘카’의 차량을 이용해 초등학교 학생을 납치한 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용의자가 서비스를 범죄에 이용했다는 사실보다는 쏘카가 성범죄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미수로 그칠 수 있던 사고를 끝내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논란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실수’라며 사과하고 넘어가기에는 이미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상장추진을 앞두고 있던 쏘카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날벼락’을 맞은 모양새다.

 

그러나 앞선 여러 부작용에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관리부실 문제들은 이번 사건 역시 단순히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반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성범죄 용의자 정보 제공에 비협조적이던 쏘카 측의 안일한 태도를 향한 비난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용의자 A씨는 오픈채팅을 통해 충남에 거주하는 13세 초등학생 B양에게 접근했다. 이후 쏘카 차량을 활용해 B양을 수백킬로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가 쏘카 이용 고객임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쏘카 측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용의자 정보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고 영장을 요구했다. 결국 영장은 8일에서야 나왔고, 그제서야 쏘카는 정보를 제공했다.

안일했던 쏘카, 골든타임 놓친 성범죄…“울며불며 사정했다” 피해아동 어머니 호소

단순 서비스 제공자였던 쏘카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범죄였기 때문이다.


B양의 부모는 6일 오전 11시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추적에 나선 경찰은 이날 오후 5시쯤 A씨가 사용한 쏘카 차량이 경기도의 한 차고지에 주차된 것을 확인했다. B양이 성폭행을 당한 것은 이날 저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쏘카는 사건 당일 경찰의 요청에도 영장을 요구하며 A씨의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았다. 영장은 성범죄가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나서야 나왔다. 영장이 나온 뒤에도 쏘카는 담당자가 없다며 인적사항 제공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때 해당 차량을 대여한 A씨의 거주지 등 인적사항이 바로 확인됐다면 B양은 성폭행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가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피해자 보호는 무시된 모양새가 됐다.


쏘카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용의자 정보 제공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발만 동동 굴렀을 피해 가족들의 심정은 피해 아동 어머니가 올린 국민 청원을 통해 잘 드러난다.


피해 아동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1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개인정보법 개정’이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총 8번 40분씩 넘는 통화를 하며, ‘제발 부탁한다. 나한테 (성폭행 사건 용의자 정보를) 알려줄 수 없으면 경찰한테 말해달라. 내 딸이 시체로 오면 그때도 개인 정보 타령하며 그 남자의 신원을 보장할 거냐’며 울며불며 사정, 애원 등 모든 걸 다해서 부탁했다”며 “하지만 그 잘난 개인 정보 덕분에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딸을 무사히 찾긴 했지만 이미 성폭행을 당했고, 경찰이 영장까지 가져갔지만 담당자가 휴무라고 (용의자 주소지) 정보를 주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히 범죄가 이루어지기 전에 찾을 수 있던 것도 개인정보법에 의해 알려줄 수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도대체 이 개인정보법이 누굴 위한 법이냐. 저희 가족은 이번 일로 개인정보법이 다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고개 숙인 쏘카 “외주 고객센터 직원의 ‘실수’…재발방치책 마련할 것”

이처럼 성범죄 용의자 정보 제공에 비협조적이던 쏘카 측의 태도는 거센 후폭풍으로 다시 돌아왔다.


분노한 시민들이 온라인상에서 서비스 탈퇴 ‘인증글’을 올리면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서비스 회사의 범죄사고 대응 프로세스가 이정도로 부실하다면 믿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은 안타깝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절차가 있다면 개인정보 조회요구시 영장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며 쏘카를 옹호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쏘카 내부규정에는 위급 상황일 경우 공문만 있어도 경찰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침이 있었다. 즉 쏘카의 이같은 대응은 자체 내부 규정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쏘카 측은 “매뉴얼이 있었지만 외주 고객센터 직원이 이를 숙지하기 못한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여론이 싸늘해지자 결국 쏘카는 지난 10일 박재욱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박재욱 대표는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쏘카 이용자 정보를 요청할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내부 매뉴얼에 따라 협조해야 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신속하게 수사에 협조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차량을 이용한 범죄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범인 검거와 피해 예방을 위해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력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와 현장범죄 상황의 수사협조에 대한 대응매뉴얼을 책임 있는 전문가와 협의해 재정비하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잘못을 명백히 규명하고 회사의 책임에 대한 명백한 조치와 함께 고객선테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을 즉시 시행하겠다”며 “전담팀을 강화하고 긴급상황에 대한 패스트 트랙을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철저히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번번이 ‘뒷북치기’…구멍 뚫린 기업 운영 허점 드러내

결국 일파만파 커진 논란에 뒤늦게 고개 숙인 쏘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격인 뒷북 조치다.


비단 이번 사건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쏘카는 혁신적인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맹점들을 고스란히 보여준 바 있다.


대면확인 절차가 없는 편리함은 각종 불법·범죄 행위라는 커다란 부작용을 수반한다. 대표적으로는 미성년자가 남의 명의를 도용해 무면허 운전하다 발생한 사건·사고가 속출하다는 점이 있다.

 
쏘카는 지난 2019년에도 자회사인 VCNC가 운영하는 타다 소속 기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 승객의 만취 사진을 몰래 촬영하고 공유하면서 성희롱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나 ‘성범죄’ 파문이 휩싸인 바 있다.


기본이 돼야 할 운전기사들의 채용과 인력 관리 등에 대해서도 많은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전까지 타다는 “드라이버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항변해 왔으나 몰카 문제가 불거지자 “범죄경력조회는 법적으로 허용된 업종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드라이버 범죄경력을) 조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드라이버와 계약을 해제하고 재발방지 대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관리부실 문제들은 이번 사건 역시 단순히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반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그때그때 불거지는 문제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허점들이 계속해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 부재라는 점에서 쏘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쏘카 측의 해명을 해석하면 내부 매뉴얼은 분명 수사에 협조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당시 경찰을 대응했던 직원이 이를 몰랐다는 의미가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부 인력으로 운영되는 고객센터라 하더라고 기업 운영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돈벌이에 급급한 쏘카의 기업 윤리의식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회사의 외형을 키우고 수익을 내는 데만 치중한 채 정작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각종 사건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는 기본적 책임을 다하는 데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혁신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상생과 공존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정작 현실을 살펴보면 쏘카와 같이 사업성을 이유로 기본적 인권조차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력만 앞세우고 정작 윤리의식이 결여된 기업들에게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주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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