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호 칼럼]안철수, 보수진영에 찬스일까? 리스크일까?

[김의호 칼럼]안철수, 보수진영에 찬스일까? 리스크일까?

  • 기자명 김의호 더퍼블릭 논설위원
  • 입력 2021.01.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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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호 극동평화연구소 소장

[더퍼블릭 = 김의호 더퍼블릭 논설위원] 새해 벽두 서울시장 보궐선거의‘야권후보 단일화’란 화두가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4월 보궐선거의 쟁점이 문 정권‘실정 심판’에서 야권‘통합여부 평가’로 옮겨 갈 기세다. 과연 야권의 후보 통합은 성사될 수 있을까?

#1.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가 등장했다. 특별한 메시지도, 행동도 보여주지 못했지만 기존 정치를 혐오하는 많은 국민은 그의 메시아 신드롬에 환호했다. 지지율은 50%를 넘는 고공비행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당시 5%의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던 박원순에 자신의 지지를 얹어주고 퇴장한다. 박원순은 결국 시장이 되고 그후 10년간 시정을 주무르게 된다.

#2. 2012년 안철수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복귀한다. 그에게 거는 변화의 기대는 여전했다. 한때 박근혜, 문재인을 압도하는 45%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한다. 선거전이 벌어지자 그의 지지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문재인과 후보 단일화 협상이 본격 진행되지만 이내 교착상태에 빠진다. 선거 며칠을 앞두고 그는 돌연 문재인 지지를 표명하며 후보를 사퇴한다. 보수 재집권을 저지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두 번째 양보이다. 문재인은 석패했지만 48%의 엄청난 득표로 재도전의 발판을 확보한다.

#3. 2017년. 안철수는 국민의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를 드디어 완주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도 치르기 전에 권력의 추(錘)는 이미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두 번의 양보를 받았던 좌파 진영은 이제 그의 협력이 더는 필요치 않았다. 그의 선거 행보는 양상을 달리하게 된다. 문재인은 첫 도전 때보다 지지율(41%)이 줄었지만 무난히 당선된다. 홍준표(24%), 안철수(21%), 유승민(6%)으로 반대 진영이 분열된 덕이 컸다. 야권 후보가 단일화 되었다면 탄핵 여진을 감안하더라도 문 정권의 탄생은 아마 어려웠을 것이다.

#4. 2018년. 안철수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후보 김문수와의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다. “박원순 대 김문수로 붙으면 백이면 백, 김 후보가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박 시장과 일대일로 붙으면 이길 수 있다.”그의 입장은 불요불굴이었다. 둘을 합쳐도 박원순의 지지율을 꺾을 소지가 희박하니 논의는 더 진전될 수 없었다. 제1야당 후보와 선거 이후 정치 입지를 놓고 2위 자리를 다투는 모양새로 선거는 전개되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그는 여론조사 순위와 달리 김문수(23%)에 뒤진 3등(19%)이었다.

두 번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제외하면 안철수의 정치 여정에서 후보 단일화 문제가 중심에서 비켜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반(反)정치‧탈(脫)정치 이미지로 정치권의 신데렐라가 된 인물이 정치공학의 산물인 후보 단일화 문제로 선거 때마다 존재감을 키워 왔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의 단일화 논의 과정들을 보면 세 가지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그의 생각과 인식 그리고 행보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협상으로 단일화가 성사된 적이 없다.

2011년 박원순, 2012년 문재인으로의 후보 단일화도 그의 양보성(性) 중도퇴장으로 이뤄진 것이지, 협상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협상은 일방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마당이 아니다. 자기 살을 내주는 대신 상대로부터는 뼈를 취하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과정이다. 과거에 협상의 긴장을 이겨내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여긴다면 그런 자각이 무모한 치킨게임 시도로 표출될 수도 있다.

두 번째, 후보 양보는 좌파 진영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집권층이 우파 진영에 일관되게 씌우고 있는 큰 프레임이 있다. 바로 원죄론 프레임이다. 안철수는 기본적으로 그런 안경을 쓰고 진영을 구분하여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런 시각이 반영된 결과가 선별적 양보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그는 제1야당을 싸워 이겨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다. 작년 총선 무렵에는 혁신통합추진위의 중도보수통합 제안을 일축하고 독자 신당으로 선을 그었다.‘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여느 중도 정치인들과 달리 그는 북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 배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우파 진영에 대한 이념적 유대감이나 동질감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세 번째, 협상 과정에서 데자뷰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워딩들이 등장한다.

자신이“후보가 되어야 중도층 표가 따라와 이길 수 있다. 단일화 결정은 국민이 하면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시대나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는 류(類)의 말이다. 중도층을 사유화하는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갤럽 여론조사(2020.1. 14~16)에선 정치성향이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 중 안철수 지지는 불과 4%에 지나지 않았다.‘중도층’이란 관망층을 정치적으로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언택트 환경에서 치러지는 4월 보궐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 의지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지지 표시 보다 정치적 반대 표시가 투표 동기로 더 크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관망층은 좌우 양대 정당으로 수렴되거나 선거의 장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입지 기반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단지 단체장의 공백을 메우는 선거일 수가 없다 민생을 괴롭히고 나라를 잘못된 길로 몰아가는 좌파 정권에 대한 심판의 기회다. 법과 정의와 상식을 짓밟는 무도한 기득권력에 대해 국민의 강력한 힘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다. 정치판에서 석 달 못 미치는 기간이면 세상을 몇 번 바꾸고도 남는 시간이다. 서두르지 말고 열린 자세로‘국민 승리를 위한 통합’을 구현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더퍼블릭 / 김의호 더퍼블릭 논설위원 webmaster@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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