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경영 안정자금’ 지급 결정한 서울우유…정부 “사실상 우윳값 인상” 강경 대응

2022-08-22     최태우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최근 국내 유업체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소속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 경영 안정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정부가 ‘정책 지원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대응에 나섰다.

이에 서울우유는 “낙농가를 지원하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정부는 “서울우유가 정부 결정을 따르지 않고 원유 납품 단가를 인상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지난 16일 대의원 총회를 통해 낙농가 대상으로 원유 1리터 당 58원의 ‘목장 경영 안정자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서울우유 측은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낙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한 지원금”이라며 “이번 조치가 원유 가격 인상 목적이 아닌 만큼 당장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에선 사실상 원유의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안정 자금지원이라는 명목이지만, 유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원유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 가공과 물류 비용 등을 더해 인상분의 10배가 적용된다. 즉, 원유 가격이 58원 인상되면 소비자 가격이 580원 인상된다는 것.

특히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 역시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책 지원 배제’를 시사하면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지난 18일 브리핑을 열고 “서울우유의 결정이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서울우유에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강제로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서울우유를 다른 조합이나 농가와 똑같이 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앞으로 정책 지원에서 차등을 둘 수 있다고 서울우유에 전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사기업의 가격 인상에 강경 대응을 하는 이유는 우유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아닌 생산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따르는데,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낙농진흥회에서 협상을 통해 원유 가격에 반영한다.

그동안 이 가격을 유업체와 낙농가가 따르는 것이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그런데 서울우유가 이 같은 관례를 무시하고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우유 소비가 감소함에도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리하고, 음용유 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값은 저렴하게 책정하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제품 소비가 증가하는 만큼 가공유 값을 낮춰 국내산 원유의 구매 여력을 높이고, 자급률도 높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두고 유업계와 낙농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낙농진흥회 협상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정부의 심기를 건들인 것이다.

반면, 매일유업과 빙그레, 남양유업 등 경쟁사들은 정부와의 협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소속된 한국유가공협회 측은 21일 “2026년부터는 수입 우유의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원유 가격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넘어가면 국내 유가공업체들의 제품 가격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산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협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