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 3.0’, AI 시장 판도 변화 예고…SK하이닉스‧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은?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그간 오픈AI가 주도해 왔던 AI(인공지능) 거대 언어 모델(LLM) 시장이 바뀌는 걸까?
구글이 지난 18일 발표한 생성형 AI ‘제미나이 3.0’이 경쟁 모델인 챗 GPT 모델보다 앞선 성능을 구현, AI 생태계의 격변이 예상된다.
제미나이 3.0에 대한 시장의 호평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주요 공급처가 엔비디아에 쏠렸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공급 다변화 및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평 이어진 구글 ‘제미나이 3.0’…AI 시장 판도의 변화 가능성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구글의 제미나이 3.0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2.86포인트(0.44%) 오른 46,448.27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2.13포인트(1.55%) 오른 6,705.12, 나스닥종합지수는 598.92포인트(2.69%) 급등한 22,872.01에 장을 마쳤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6.3% 급등했다.
제미나이 경쟁 모델인 챗 GPT를 만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라며 “제미나이 3.0이 당분간 우리 회사에 경제적 역풍을 줄 수 있다”며, 일단은 제미나이 3.0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엑스(X)를 통해 이례적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창업자는 “3년 동안 매일 챗 GPT를 써왔고 제미나이 3.0은 이번에 2시간 사용한 게 전부”라면서 “추론, 속도, 이미지, 비디오 등 모든 것이 더 선명하고 빨라졌는데 이는 정말 놀라운 발전이고 (챗 GPT로)다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미나이 3.0에 대한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63%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중에서도 브로드컴이 11.10% 급등하는 등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브로드컴은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칩 ‘TPU(텐서처리장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설계를 지원해 왔다.
제미나이 3.0에 대한 호평과 브로드컴 주가 강세는 AI 칩 시장 판도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간 생성형 AI 시장은 오픈AI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따라서 GPU의 구매 및 유지, 감가상각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구글의 경우 자체 개발한 TPU를 중심으로 제미나이 시스템을 구축함에 따라 경쟁사 대비 비용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TPU란?…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 공급 다변화 및 확대 기회 될 수도
TPU는 기존 CPU(중앙처리장치)나 GPU에 비해 AI 모델의 학습 및 추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글이 자체 개발한 ‘맞춤형 반도체(ASIC)’다.
ASIC는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범용 CPU나 GPU에 비해 활용 범위가 넓지 않지만, 하나의 특정 기능(통신 처리, 영상 처리, 인공지능 연산, 암호화폐 채굴 등)만을 수행하도록 특화돼 있다.
따라서 특정 작업에 한해서는 ASIC가 범용 CPU나 GPU보다 성능‧전력 면에서 앞선다. 구글의 TPU는 AI 연산이라는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된 ASIC다.
제미나이 3.0에는 구글의 7세대 TPU인 ‘아이언우드’가 추론 및 학습 과정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우드에는 192GB(기가바이트)의 HBM3E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미국)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아이언우드에 탑재된 HBM3E는 SK하이닉스가 주도적으로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일부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주요 매출처는 오픈AI나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사업자)에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의 제미나이 3.0에 대한 시장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 공급 다변화 및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