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상저하고'…달러 강세에 하반기 한국 경제 불확실성 커져

이창용 "상반기 선방했다. 미국 관세 영향 하반기에 클 것" '고환율'이 수출과 투자, 물가에 큰 영향

2025-11-25     안은혜 기자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사설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올해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上低下高·경기가 상반기엔 어렵고 하반기엔 나아진다는 전망)' 흐름이 '고환율 뉴노멀' 현실화에 수출과 투자, 내수 전반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를 통해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18일 BBC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무역 변수의 영향이 크지만, 협상을 통해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었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관세 영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상반기 우리 기업들의 선제적 수출로 수출 데이터가 나쁘지 않았다"면서 "하반기에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올해 성장률이 1%대 근접할거란 분석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한국경제연구원은 1.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대로 각각 예상했다.

이같은 평과와 예상에도 불구하고 1400원대의 환율이 장기간 이어지자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 물가 상승 등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반등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전날(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 대비 1.5원 오른 1477.1원을 나타냈다. 7개월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내국인의 해외투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환율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약세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100)은 89.09로,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다. 

원/달러 환율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하락했으나 그 흐름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통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환율상승에 대해 “해외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 달러가 부족해진데 따른 현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경상수지가 880~900억 달러 정도 생겨도 해외로 나가는 게 그보다 많아 달러 부족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며 “주요 외환수급 주체와 협의해 과도한 환율 불확실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환율은 수입 원재료 비용을 가중시키는 등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중간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고환율로 인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속가능성을 따져봐야 하지만 상반기에 비하면 수출과 반도체의 영향으로 경제 흐름이 괜찮다. 그러나 환율이 높은 상황이 유지되면 경기 회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산업 구조 상 중간재를 수입·가공하는 중소기업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수입을 많이 한다.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전가·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24일 원/달러 환율 불안과 관련 대책 협의에 나섰다. 

사실상 ‘환율 비상 공조 체제’에 들어가면서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필요 시 수시 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과 대응 수위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