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무서워' 개인 투자자들 슬슬 발 뺀다…예탁금 2주 새 10조 빠져

하루 새 3% 이상 급락하며 불안 장세 이어가 '빚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여전히 상승 중

2025-11-24     안은혜 기자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코스피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약해지면서 주식 시장을 떠나는 기류가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이 78조2120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돈으로 증시 대기 자금을 뜻한다. 

통상 주식 투자 심리가 좋아질수록 규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예탁금이 단기 고점을 형성할 때 주가지수 역시 고점을 형성해왔다.

올해 초 54조원 수준이던 예탁금은 이달 초까지 34조원 급증했다. 그러다 지난 5일 예탁금이 88조270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2주 사이 예탁금이 10조원 넘게 빠져나간 것이다. 

'롤러코스터' 장세 영향이다.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돌파한 코스피는 최근 미국 증시 등에서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일면서 출렁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코스피는 3853.26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의 시장 전망을 웃도는 3분기 깜짝 실적 발표에 20일 1.92% 상승하며 4000선을 회복했지만 하루 만인 21일 다시 3.79% 하락했다. 

거품이 다시 커진 건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다.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 매출채권은 333억90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03억2000만 달러 늘었다. 판매 상품과 서비스 대금 중 회수되지 않은 금액을 뜻하는 매출채권 증가가 대금 지불 능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었다.

21일에는 외국인들이 3조원 가까운 사상 최대 순매도를 퍼부으면서 코스피가 급락했다. 지수가 한 달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약 12조원을 팔았는데 엔비디아 핵심 수혜주인 SK하이닉스를 7조8300억원 순매도했다. 21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3일 고점(62만원) 대비 15.9% 하락한 5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투(빚내서 투자)’ 잔고는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8471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돌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 방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감소 영향 등으로 변동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 12월 이후의 금리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미국 경제 데이터가 나와 금리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을 때까진 조정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들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등 초단기 자금 시장 불안이 누적되면서 조정이 발생했다"며 "단기 유동성 부담이 이달 말 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