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오름세에 ‘비상’…1,480원대 심리적 ‘저항선’ 넘으면 1,500원도 ‘터치’ 우려

1400원대 ‘뉴노멀’ 이어 1,480 ‘연고점’ 넘을 가능성도 ‘거론’

2025-11-24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수급’ 요인이 깔려있는데, 해외로 나가려는 자금이 늘어 달러 수요가 커지니 달러 가치는 오르고 원화는 내릴 수밖에 없다.

금일 원‧달러 환율은 3.6원 내린 1,472.0원에 개장한 가운데,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금일 오후 1시 14분 기준 1,476.50원을 기록중이다. 이에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시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업들도 장기 경영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당장, 국내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이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환율이 10% 오를 시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1544억원 감소하는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업계 역시 환율 상승에 큰 부담을 체감하는 업종 중 하나다.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 중에서 가장 큰 약 30%를 차지하는 유류비를 비롯한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 체류비 등 고정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여기에 환율이 오르면 여행 심리가 위축되면서 항공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환율에는 달러로 계산되는 외화환산 손실 규모도 늘어난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48억달러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80억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다만, 대한항공은 환율 대비 통화·이자율 스와프 계약을 맺는 등 일정 부분에 대해 헤지 전략을 실행해 영향을 완화하고 있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 업계도 미국의 50% 부품관세 부과에 환율 급등 부담까지 져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입 비용이 늘면 원가 부담이 커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철강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부담이 더하다.

다만, 대형 철강사들은 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내추럴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려 대응하고 있다.

식료품 업계도 비상이다. 국내 식품 제조업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은 31.8%로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롯데웰푸드는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10% 변동시 35억원의 세전 손익 영향이 있다고 공시했다. CJ제일제당은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후 이익이 13억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오뚜기 또한 고환율 상황에 따라 전체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라면의 주요 원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고환율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수출 비중이 약 80%로 높은 만큼 이 같은 부담이 일부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인 1,480원대를 넘어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1,430∼1,480원 박스권을 예상하지만,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거나 트럼프 행정부 관세·규제 위험이 재부각되면 1,500원 선을 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당국 개입으로 상승세가 진정됐지만 증시 조정 국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외국인 주식 자금 이탈도 이어지고 있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발동 레벨로 추정되는 1,480원대 초반이 심리적인 저항선이 될 수 있고, 저항선이 돌파된다면 1,500원 도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