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흔들리는가… 국가·문명의 ‘세계관 충돌’로 읽는 국제질서

2025-11-24     오두환 기자
[국제법질서연구소]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자유무역은 보호주의 물결에 밀려 후퇴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각나기 시작했다.

미·중 경쟁은 구조적 갈등으로 굳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재점화되며 “세계는 다시 전쟁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균열을 드러내는 사이, 중국·러시아는 새로운 질서를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내부 분열과 가치 혼란을 겪으며 기존 질서의 정당성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신간 ‘세계관의 충돌’은 이런 변화의 근원을 단순한 국력 경쟁이 아니라 국가·문명 간 ‘세계관의 충돌’로 해석한다.

저자 정하늘은 “경제·군사·기술 경쟁의 이면에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무엇이 정의롭고 정당한 국제질서인가에 대한 사상의 균열이 있다”고 짚는다.

고대 제국에서 계몽주의, 칸트의 영구평화론, 세력균형사상, 냉전기의 이념 대립, 탈냉전 자유주의까지 인류의 역사적 전환점마다 충돌해온 세계관의 흐름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저자는 오늘의 글로벌 위기가 △미국 패권의 약화, △보호주의와 블록화, △자유민주주의의 내부 균열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진영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자기부정이 위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민주주의가 타협의 기술이 아니라 ‘선과 악의 전장’으로 변질되고 포퓰리즘·극단주의가 확산되면서 자유주의는 스스로의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하늘 저자는 WTO 분쟁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온 국제통상 전문가다. 한미 철강·세탁기 분쟁,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등 굵직한 사건을 직접 이끌었다.

그러나 공직에서 국제질서의 균열을 목도한 그는 “기존 제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 깊은 질문이 필요했다”며 국제법질서연구소를 설립하고 사상적 기반 탐구에 나섰다.

이번 책은 지난 6월 먼저 영문판으로 출간돼 아마존 세계정치·국제관계 등 4개 분야에서 신간 1위를 기록했다. 패권 전환기 한국의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