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자’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종전 압박하는 트럼프…“동맹을 독재자에 팔아넘긴 대가” 비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년 9개월 이상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워온 우크라이나 대신 ‘침략자’인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원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우크라이나에 최대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급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만나 미국이 마련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구상을 논의한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 미국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해당 제안을 수용할 시한을 추수감사절인 이달 27일로 설정한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 2명과 유럽 소식통 3명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협상에 미국과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참여한다고 전했다.
총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미국의 평화구상은 미국과 러시아가 먼저 만나 만든 것으로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에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의 ‘집단방위’ 방식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가 가져가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차단 등의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내에서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각에서도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보상안이라며 반발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안을 밀어붙이자 동맹을 팔아넘겼다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네빌 체임벌린 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갈망해오던 노벨평화상이 아닌 동맹을 독재자에 팔아넘긴 대가로 역사가 주는 ‘네빌 체임벌린 평화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체임벌린은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의 요구에 굴복한 유화정책을 추진했던 영국의 전 총리다.
히틀러를 달래기 위해 1938년 뮌헨협정을 체결하고 체코슬로바키아 일부 지역을 독일이 병합하도록 했지만 1년 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체임벌린은 나치에 맞서지 않고 전쟁도 막지 못한 실패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종전안을 들이밀며 추수감사절인 27일까지 합의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가 뮌헨협정 당시와 다를 바 없으며, 역사에 체임벌린과 같이 기록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 구상을 마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오는 27일까지 받아들이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이 구상은 영토 문제 등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며 아직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도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상의 초안을 받은 다음 날인 21일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동맹국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거나 어려운 조항 28개를 받아들이거나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