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원 '슈퍼 예산안' 심사 삐걱…거대 여당 주도 ‘코드 예산’ 논란 확산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예산 심사에 돌입하면서 ‘코드 예산’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 주도로 특정 단체나 정부 기조에 맞춘 예산이 대거 반영되면서 국회 견제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가장 논란을 키운 부분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관련 예산 증액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기존 정부 원안에 없던 민주노총 사무실 임차보증금 전환 비용 55억 원, 한국노총 복지센터 보수·교체비 55억 원을 추가했다. 이는 2005년·2019년 이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관련 시설비가 편성된 사례다. 야당은 ‘정권 코드 예산’이라며 반대했으나 표결에서 밀렸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야당 시절 ‘쌈짓돈’이라며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국가안보실 등 핵심 기관의 특수활동비가 정권 교체 후 편성(82억5100만원)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4800만 원에 그쳤던 광복회 관련 예산이 8억 원으로 16배 이상 늘어난 것도 논란을 더했다.
여당 주도로 이른바 ‘이재명표’ 사업이 대폭 불어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부터 추진해온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에서 1703억 원에서 3409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또한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국립대 육성(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도 국회 교육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800억 원이 추가됐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포함한 ‘민생회복 및 사회연대경제 예산’은 올해 대비 49% 증가한 26조 2000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정부가 미래 핵심 분야로 강조한 AI(인공지능) 예산의 2.5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래 투자보다 선심성 지출이 우선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대 여당 체제에서 예산 심사의 균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여권이 190석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단독 처리도 가능한 구조가 되면서 예산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좌우될 위험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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