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피싱조직 ‘마동석팀’ 전 조직원, 감금·폭행·몸캠피싱 실태 폭로

2025-11-23     김영일 기자
캄보디아의 한 사기 작업장 건물.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마동석’이라는 활동명을 쓰는 중국계 외국인 총책이 이끌던 캄보디아 피싱 조직 ‘마동석팀’에서 이른바 ‘몸캠피싱’ 피싱 업무에 동원된 조직원이 마동석팀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했다.

해당 조직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행과 욕설, 감금이 반복된 환경에서 공포와 후회만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인 20대 유모씨는 지난해 초 마동석팀이 운영하던 범죄 단지에 감금된 채 일하다 가까스로 귀국했다고 한다.

유 씨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점을 둔 피싱 조직 ‘마동석팀’에서 몸캠피싱 업무에 동원됐다고 한다.

유 씨는 지난달 서울시청 9층 카페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동석팀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했다.

유 씨는 우선 캄보디아에 가게 된 계기에 대해 “회사에서 알게 된 동료가 캄보디아에서 DJ 파티가 열린다고 해서 따라갔다. 비용은 전부 주최 측에서 낸다고 비행기표도 끊어주고 숙소도 있다고 해서 별 의심 없이 갔다”며 “프놈펜 공항에 내리니까 현지인이 마중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서 차를 타고 외곽으로 갔고, 도착하니까 입구에 총을 들고 군복 입은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그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때는 이미 제 여권과 휴대폰도 빼앗긴 상태였다”고 밝혔다.

범죄 단지 운영 구조에 대해선 “7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층마다 몸캠피싱반, 보이스피싱반, 투자리딩반 등 10개 정도 팀이 있었다”면서 “전체는 400명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그중에 중국인이 절반쯤 되는 것 같고 나머지가 한국인이었디. 기숙사 생활을 하듯 같은 건물 안에서만 생활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저는 몸캠피싱반에 들어가라고 했다. 아침마다 총책 같은 사람이 보내준 엑셀 파일에는 한국인 연락처가 100개 정도 들어있는데, 이름과 나이와 사는 지역이 적혀있있었다. 하루에 100명 전부에게 연락해야 밥을 제대로 줬다”고 했다.

이어 “100명을 못 채우면 그날은 맞았다. 전기충격기도 가져와서 위협했다”며 “한 명 한 명에게 연락해서 상대가 응답을 하면 그 사람을 집중해서 파는 구조였다. 100명 중에 대개 1명이나 2명만 실제로 대화를 해줬다. 한 놈만 걸려라, 이런 방식이다”라고 부연했다.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기본은 카카오톡이었다. 엑셀로 받은 전화번호를 카톡에서 불러온다. 예쁜 여자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 놓고 '나 누구인데 알죠'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며 “어느 정도 말이 통하면 모바일 게임을 같이 하자고 한다. 게임을 깔면 그 사람 휴대폰에 있는 연락처와 사진이 제게 전송됐고, 그 다음부터는 야한 사진을 조금씩 주고받는 척 하면서 마지막에는 영상까지 확보하고 그 상태에서 ‘돈을 보내지 않으면 너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전부에게 사진과 영상을 전송한다’고 협박하는 게 기본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VIP리스트도 있다고 폭로했다.

유 씨는 “돈 많은 사업가나 정치인 자녀 같은 고위직 연락처가 담긴 리스트”라며 “연예인 지인 연락처도 있었는데, 제 옆자리에 있던 분은 한 유명 연예인 아들을 몸캠피싱해서 7억 원 정도를 받아냈다고 자랑했다. 그렇게 돈을 뜯어내면 인센티브를 주는 다단계 방식이었다”고 했다.

폭력 수위에 관해서는 “매일 있었다. 말을 안 듣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바로 맞았다. 남자들은 몽둥이로 때리는 게 기본이었다. 총을 팔이나 다리에 쏘고 다시 치료해주기도 하고, 전기충격기를 옷 위로 대기도 했다”며 “제가 있을 때 한국인 한 명이 계속 맞다가 못 버티고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현지에서 바로 죽었는데, 일당이 그 시신을 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우는 영상을 찍어서 직원들에게 보여줬다. '도망가면 이렇게 된다'는 경고였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연락을 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는 있었는데, 제가 한국 집 주소도 다 빼앗겼고 부모님 번호도 그쪽에서 알고 있었다. ‘너 한국 가도 찾아가서 가족 다 죽인다’ 이렇게 협박했다”며 “그러니까 기계는 있어도 신고를 못 하겠는 거다. 나만 다치면 신고했을 텐데 가족 얘기가 나오니까 쉽게 못 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귀국했는가’라는 물음에, 유 씨는 “안에서 계속 빠져나갈 방법을 찾다가 대사관이랑 연결되는 통로를 겨우 만들었다. 구체적인 방식은 말하기 어렵지만 대사관 도움으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에 와서도 협박 메시지가 계속 왔다. ‘너 어디 사는지 안다’, ‘가족도 안다’ 이런 식”이라며 “한국에 오니까 경찰 수사가 바로 시작됐다. 지금은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말했다.

유 씨는 동남아에서 한국인은 비싸게 거래된다고 했다.

유 씨는 “거기 사람들은 한국인을 돈이 빨리 도는 사람으로 본다. 온라인 뱅킹도 다 하고 송금도 빠르고 휴대폰도 좋은 거 쓰고 SNS도 매일 하니까,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을 비싸게 판다”며 “여자팀은 700만 원, 800만 원 이런 식으로 들었다. 남자는 500만 원대라고 들었다. 한국인이 그만큼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도 ‘통장 빌려주면 한 달에 200만 원 준다’ 이런 광고가 많은데, 제가 본 바로는 이런 광고는 거의 다 캄보디아에서 돈세탁하려고 구하는 것”이라며 “계좌를 빌려주면 실제로는 범죄단체 자금 세탁에 사용되고, 그러면 한국 와서도 범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쉬운 돈이라는 말은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안 했으면 좋겠다”며 “저처럼 한 번 잡혀가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진짜 힘들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