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종이 달력·수첩 역사 속으로… 전 계열사 'AI 업무 체계 전환' 가속
종이 달력·수첩 사라지고 AI 비서 '에이닷 비즈'가 대체 최태원 회장 "일상 속 AI 활용이 미래 경쟁력"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SK그룹이 연말마다 배포해 온 종이 달력과 경영수첩을 내년부터 아예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비용 조정 차원이 아니라, 그룹 업무 방식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정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SK는 올해 말까지 자체 업무용 AI 비서 '에이닷 비즈(A. Biz)'를 25개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에이닷 비즈 도입 속도에 맞춰 종이 달력과 경영수첩이 실질적으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 이 같이 결정했다. 일상 업무 대부분이 과거 임직원의 '기본 세트'였던 달력과 수첩의 기능을 AI가 흡수했다는 것이다.
에이닷 비즈는 SK텔레콤과 SK AX가 함께 개발해 6월 말 출시한 AI 비서다. 내부·외부 정보 검색, 일정 관리,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 등 다양한 실무를 자동화한다. 사용자가 요청하면 개인 일정과 사내 자원을 즉시 분석해 필요한 조치를 실행한다. 이를 통해 단순 반복 업무나 정보 탐색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SK는 에이닷 비즈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 SK AX, SKC, SK네트웍스, SK브로드밴드 등 10개 계열사가 에이닷 비즈를 활용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등은 올해 안으로 시스템 안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룹 내부에선 "업무 기본 동선이 AI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 주요 계열사 경영진은 지난 9~10월 네 차례 진행된 'AI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 결정 구조에 AI를 반영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일반 직원들도 AI 개념 이해부터 실제 활용법까지 다루는 온라인 과정을 차례대로 이수하고 있다. SK는 "구성원이 직접 AI를 다뤄봐야 조직 전체 생산성이 본격적으로 변화한다"고 보고 교육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그간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은 AI 전환 속도에서 갈린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 8월 이천포럼에서도 "구성원이 AI를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고, 사람은 더 창조적인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종이달력과 수첩의 퇴장은 단순한 관행 정리가 아니라, AI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업무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