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봉킹이었는데”…韓 경제 떠받쳐온 철강‧석화업계 ‘위기’에 제조업 ‘메카’도 ‘옛말’

2025-11-21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중국이 값싼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면서 철강 및 석화업계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과 관세 등이 촘촘히 조여지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생산과 수출이 급감하고, 공장 가동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 1선재공장 폐쇄에 이어 현대제철 포항 2공장 또한 휴업에 돌입하는 등 극심한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산업의 주요 생산 거점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한때 ‘제조업의 메카’로 불렸던 지역들이 ‘유령도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있는 포항, 광양에 이어 석유화학 기업들이 포진해있는 여산 및 서산 등 주요 석유화학 단지들의 우려 또한 커지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50% 품목관세 등 여파로 철강 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전남 광양시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 정책금융 등 정부 지원을 제공한다. 철강 산업 관련 선제대응지역 지정은 지난 8월 경북 포항시에 이어 두 번째이며 올해 들어 석유화학 산업 위기로 지정된 전남 여수, 충남 서산을 포함하면 4번째다.

앞서 광양시는 지난달 1일 지역 기반 산업인 철강 산업 위기를 이유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광양시는 생산의 88.5%, 수출의 97.5%, 고용의 9.7%를 철강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년간 저가 철강 수입재 확대 및 단가 하락, 내수 부진 등으로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경제 전반이 크게 위축됐다.

21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석화 산업 중심지인 여수와 서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했다. 한때 ‘연봉킹’ 기업으로 불리던 NCC(나프타분해설비) 사업자 여천NCC는 지난 8월 3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공장을 돌려도 손해만 보는 상황이 이어지자 고육지책으로 공장 문을 닫은 것이다.

여천NCC는 아예 3공장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수상의에 따르면 여수산단 전체 매출은 2022년 10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87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NCC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평균 60~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021년 551억달러에서 2024년 48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이들 공장을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온 소상공인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