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서프라이즈’인데, AI 버블의 본질은?

2025-11-21     김영일 기자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에서 'AI 모델이 더 똑똑해지는 방법(How AI Models Get Smarter)'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기업 엔비디아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지만, ‘AI 거품론’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미 증시의 하락 여파로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대폭 하락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1.25달러를 상회했다.

매출액은 시장 전망치(549억 2000만 달러)를 상회한 570억 10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 총마진은 73.4%로 나타났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6% 늘어나 사상 최대인 5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규모다.

엔비디아는 4분기 호실적도 자신했다. 4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637억~663억달러로 제시한 것이다. 중간값은 650억달러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616억 6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총마진은 74.8%로 전망했다.

이처럼 분기 최대 실적을 올린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버블과 관련해 논란이 많지만, 우리 관점은 매우 다르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을 일축했다.

젠슨 황 CEO는 “AI는 지금 강한 성장 동력의 선순환 단계에 들어섰다.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며 더 많은 새 모델 개발사, 더 많은 AI 스타트업이 다양한 산업과 국가에서 등장하고 있다”며 “AI는 모든 곳에 침투해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최대 실적 달성과 황 CEO의 AI 버블 일축에, 미 월가는 엔비디아 목표 주가를 최소 225달러에서 최대 255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AI 버블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아, 미국 뉴욕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장중 2.6% 급등하다 결국 2.2% 급락했고, 엔비디아는 장 초반 5% 상승에서 3.2%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의 경우 견고한 매출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높아 현금 회수 우려가 제기됐다.

쉽게 말해, AI 가속기인 GPU(그래픽처리장치) 판매량은 엄청나지만, 외상 판매 비율이 높아 현금 회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

다만, 반도체 산업의 경우 매출 규모가 크고 고객사와의 거래 시 외상 거래(매출채권 발생)가 일반적이라, 매출액 증가와 함께 매출채권 비중이 높아지는 건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미국발(發) AI 버블 우려는 엔비디아의 문제라기보다는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많은 부채를 조달하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수익 창출 여부에 달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면, 엔비디아는 이를 기반으로 블랙웰‧루빈 등 최신 AI 가속기(GPU)를 제작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에 공급한다. AI 가속기는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AI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있는데,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소요되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은 부채로 조달한다.

이처럼 빚을 내서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지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익 창출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젠슨 황 CEO가 언급한 ‘AI 산업 선순환 구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 CEO의 언급처럼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며,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 창출과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한편, AI 버블 우려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미 증시를 끌어내렸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20일(현지시간)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론, 주택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자산 밸류에이션(가치)이 역사적 벤치마크(기준점) 대비 높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며 “내 판단은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