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에 서학개미 ‘웃고’, 기업들 ‘울고’…‘수급요인’이 ‘지형’ 바꿨다

2025-11-21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올라가던 환율이 새 정부 출범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다시 환율이 오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기업들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해서 원가 부담이 더 커지기 떄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수급요인’을 꼽는다. 수급 요인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해외로 나가려는 자금이 늘어 달러 수요가 커지니 달러 가치는 오르고 원화는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 초부터 지난주까지 연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15.8원이다. 이는 달러 곳간의 재고가 바닥나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의 1,394.97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1,276원대였다.

하지만, 올해 주간거래 종가가 1,450원을 넘었던 날이 50일이어서 전체 거래일(211일)의 4분의 1에 달했다. 원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38% 하락해 엔화를 제외한 여타 주요국 통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서학개미’가 자리한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증시 투자와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36억3000만달러, 일평균 2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68억1300만달러·일평균 2억2000만달러) 기록을 웃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3분기 말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2조7천976억달러로 전분기 말보다 1158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전분기보다 890억달러 늘어 역시 최대 기록을 바꿔 썼고 직접투자도 87억달러 증가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지난 19일 치솟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환율 절하는 해외로 나가는 게 많은 요인 때문에 달러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과 보험사, 기업뿐 아니라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의 해외투자가 구조적으로 늘었다”며 “경상수지 흑자에도 구조적인 달러 유출 확대가 원화 약세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원/달러 환율 증가는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서 가공 후 수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원가 부담이 커졌다.

환율 상승은 이처럼 수입 가격을 올려 국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최근 서울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L당 1800원을 돌파한 것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반등과 함께 환율 상승으로 원유 수입단가가 오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