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인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통신업계 현실 정조준한 '김부장' 

지방 발령, 희망퇴직 등 실제 사례 연상시키는 장면 잇따라 2015~2017년 통신 3사 담합 사건과 맞닿은 대목도 등장 업계 "현장 체감과 거리 없다"… 해킹 이슈 확대 가능성 경계

2025-11-20     양원모 기자
[사진=JTBC]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통신업계가 방영 중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때문에 미묘한 긴장에 휩싸였다. 등장하는 일부 장면들이 실제 통신사들의 사건·인사 관행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인터넷 속도 폭로'였다. 한 유튜버가 "요금제 대비 속도가 '100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하는 장면은 2021년 유명 IT 유튜버가 KT의 고가 인터넷 상품 속도를 실측해 문제를 제기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설명이다. 당시 정부는 조사 후 KT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인사 관련 묘사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드라마에선 저성과자에게 울릉도 발령이 내려가고, 승진에서 밀려난 인물이 아산 공장으로 이동 조치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런 설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조직 변화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최근 AI 조직을 통합해 AI CIC를 출범시킨 뒤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개발자를 포함한 여러 직원을 수도권 외 지역으로 발령해 대리점 관리나 통신 인프라 관리 업무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 중 통신사들이 공공기관 입찰에서 담합하는 장면도 입길에 올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가 2015~2017년 9개 공공기관의 12개 사업 입찰에서 담합했다고 판단해 총 133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대법원은 지난 7월 KT가 공공기관에 1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드라마 속 흐름과 실제 판례가 거의 겹치면서 시청자들은 "사실상 현실 재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를 과장됐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 직원들조차 극중 묘사된 희망퇴직 절차와 직무 전환 방식이 "직접 경험한 내부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는 전언이다. 회삿돈을 통해 정리되는 인력 구조 조정, 지방 전환 배치 등의 모습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해킹 이슈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해킹 사고로 이미지가 흔들린 통신사들은 드라마가 해당 사안을 다룰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현실과의 유사성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민감한 이슈가 추가 등장할 경우 여론 관심이 다시 쏠릴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가 노동 구조, 인사 적체, 기술 인력 배치 문제 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만큼 대중이 통신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