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에 산업계 비상경영...정유·항공·철강·면세 줄줄이 비용 리스크 직면

2025-11-20     홍찬영 기자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고착화되는 등 고환율이 상수로 굳어지는 가운데 정유·항공·철강·면세 등 주요 업종의 비용 부담이 줄줄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465.6원으로 마감됐다. 연평균 환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은 장기 경영계획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를 전량 달러로 수입하는 구조적 특성상 고환율 타격이 가장 직접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환율이 10% 오를 경우 세전 기준 약 1,500억 원 규모의 손익이 감소하는 것으로알려져있다. 비록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환차익이 일부 상쇄되지만, 중동산 원유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현 상황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도 유류비·리스료·정비비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이 즉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은 순외화부채가 약 48억 달러에 달해 환율 10원 상승 시 약 480억 원의 평가손이 발생한다. 고환율은 여행심리 위축으로 수요 감소를 초래해 매출 감소 요인도 함께 맞물린다.

철강업계는 원료 수입 부담에 더해 미국·EU의 품목 관세 강화라는 외생변수까지 동시에 부담하고 있다. 철광석·유연탄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에 전가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출 둔화가 겹치며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면세업계의 타격은 더 뚜렷하다. 환율 급등으로 달러 기준 면세가격이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며 핵심 경쟁력인 가격 메리트가 사실상 사라졌다.

여기에 방한 관광 트렌드가 쇼핑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바뀌며 객단가까지 하락, 주요 면세점들은 희망퇴직과 사업권 반납 등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식품·패션·화장품 업계도 원부자재 수입 비용 증가에 직면했다. 밀·옥수수·대두 등 기초 식품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식품업계는 원가 부담이 계속되지만, 올해 이미 가격을 여러 차례 올린 만큼 추가 인상이 쉽지 않다. 화장품·패션은 원가 부담은 커졌지만 해외 매출은 환차익으로 증가하는 ‘양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환율 불안 완화를 위해 외환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환율의 과도한 불확실성을 관리하겠다”면서도 적정 환율 수준에 대해선 “시장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원부자재 수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팩토리·경영자금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단기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기업 전반의 원가 효율화, 구매처 다변화, 환위험 관리 체계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