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이저=방공 무기' 시대 연다… '아이언 빔' 실전 배치 코앞
전기로 작동하는 레이저 요격 체계… 비용 부담 해결 CBC·적응광학으로 대기 왜곡 극복 5중 방어망 편입, 아이언 돔과 역할 분담 구도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스라엘이 레이저 기반 요격체계 '아이언 빔'을 실전 운용 단계로 끌어올리며 기존 방공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력 재편에 나서고 있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하이파 인근 산악지대에 있는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 연구 시설에선 최근 레이저 요격 체계의 운용 시험이 이어지고 있다. 기계 설비 규모로 구축된 이 레이저 체계는 이미 9월 실전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돼 목표물을 요격한 바 있으며, 12월 중 이스라엘군(IDF)에 정식 배치가 예정돼 있다. 앞선 시험 사격에서 수㎞ 거리의 드론을 즉시 열로 파괴하는 결과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 빔 개발 배경에는 '비용'이 있다. 아이언 돔은 2011년 이후 90%가 넘는 요격률을 기록했지만,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에 수천발의 로켓을 동시에 발사하며 대량 공격 국면이 형성되자 단가 대비 효율 문제가 노출됐다. 하마스가 사용하는 로켓과 드론은 수십만∼수백만원 수준으로 조달이 가능하지만, 아이언 돔의 요격미사일 '타미르(Tamir)'는 한 발당 수억원이 투입된다. 이런 비용 격차가 레이저 기반 체계 개발을 가속했다는 설명이다.
아이언 빔의 핵심은 '전기가 곧 탄약'이라는 구조다. 전력 공급만 유지되면 탄약 제한 없이 반복 발사가 가능하며, 요격 1회당 비용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게 특징이다. 기존 요격 체계가 갖는 탄약 보유량, 재보급 시간, 발사 비용 등의 제약을 크게 줄이는 셈이다.
레이저 무기의 실전화는 오랫동안 기술적 난제에 부딪혀 왔다. 특히 먼지·수분 등 대기 입자에 따라 빛이 굴절·산란되는 '대기권 왜곡'이 가장 큰 문제였다.
라파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기술을 적용했다. 여러 개의 낮은 출력 레이저를 정확히 정렬해 하나의 고품질 광선으로 합성하는 CBC(Coherent Beam Combining), 그리고 대기 변형을 초당 수백 회 단위로 측정해 렌즈를 실시간 보정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 기술이다.
이 두 기술이 결합되면서 일정 거리 밖의 작은 표적까지 에너지를 바늘구멍 크기로 집중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평가된다.
운용 체계는 네 가지 라인업으로 구분된다. 100kW급 출력과 450㎜ 렌즈를 탑재한 '스탠더드 버전'은 약 10㎞ 상공의 주요 시설 방어를 담당한다. 50kW급 '모바일 버전'은 트럭 플랫폼으로 구성돼 국경수비대 및 기동부대와 함께 운용된다.
'해상용 버전'은 군함 통합형이며 10kW급 라이트 버전은 지프·험비 등 소형 차량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라이트 버전'은 최근 전쟁 국면에서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로 실전 레이저 요격을 기록한 장비다. 이스라엘에 따르면 다음 달에는 스탠더드 버전이 남부 에일라트 지역에 우선 배치될 계획이다.
아이언 빔이 본격 가동되면 이스라엘은 기존 애로 1·2(장거리), 다윗의 돌팔매(중거리), 아이언 돔(단거리)으로 이어지는 방공망에 5~10㎞ 구간 담당 체계를 추가하게 된다. 고가 요격이 필요한 상황은 아이언 돔이 맡고, 일상적·저비용 공격은 아이언 빔이 처리하는 구조가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