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 조짐에 국내 증시 희비 엇갈려…"악재 안 돼" "외국인 진입 망설일 것"

2025-11-19     안은혜 기자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국내 증시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 장기화가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주가 하락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과 증시 부양 정책으로 인한 기대감에 증시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아울러 고환율로 인해 환차익이 큰 수출기업과 원자재 수입 의존이 큰 내수기업 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5.63포인트(3.32%) 내린 3953.62에 마감하며 7거래일만에 4000선을 내줬다. 

지수는 지난 3일 종가·장중 기준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넘어간 뒤 조정 구간에 들어서 지난주 4000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원 오른 1458.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17일 기준 올해 원/달러 평균은 환율은 1415.50원이다.

고환율이 장기화 되면서 '뉴노멀(새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달러 강세가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기대 약화와 역내 달러 실수요가 더해지면서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17일(현지시간) 공개행사 연설에서 12월 금리인하를 시사했지만, 앞서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와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금리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입장을 표명한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까지 포함하면 12월 금리 인하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연준 위원은 최소 3명으로 추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하할 확률을 45%, 동결할 확률을 55%로 각각 반영했다.

미국 관세 정책이 물가와 고용에 미칠 불확실성과 함께 달러화 단기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외환당국 구두 개입과 수출업체의 고점매도 가능성에도 수입업체 결제를 비롯한 서학개미 미국 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가 지속하고 있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은 외국인 순매도를 부추겨 증시를 끌어내리곤 했다.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간 상관관계가 뚜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환율 급등 속도가 시장을 흔들뿐 환율 레벨 자체가 코스피 상승을 훼손하진 않을 거란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1460원 수준을 일방적인 악재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하며 "추가 급등이 아니라면 일정 수준의 고환율은 수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치명타를 미칠 커다란 악재는 아니라는 판단이며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환율이 하향 안정되더라도 코스피는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환율은 이미 정점 부근으로, 원화 가치는 약 12% 저평가되고 있다"며 "코스피는 오히려 밸류에이션 대비 과대평가되고 있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이 더해지며 반도체주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종도 환율 상승 수혜가 예상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400원대 이상의 환율 환경 유지 시 국내 자동차 산업에 유리한 수출환경이 전개될 것"이라며 "4분기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항공·유통·화학 업종은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환율 상승이 지수 조정의 직접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약세는 외국인 진입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지금처럼 환차손 우려가 큰 국면에서는 오히려 진입을 망설이게 한다"며 "코스피 조정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차라리 본진엘 가자’며 AI 기대감이 큰 미국 증시로 이동할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