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마무리 됐는데도 줄줄 새는 원화?…‘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폭증’에 원화 약세 ‘고착화’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올해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금일 오전 11시45분 현재 1,465.00원으로 전날보다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시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업들도 장기 경영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시장에서는 현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장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3일에는 1,475.4원까지 뛰면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14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함께 실개입 추정 물량도 나오면서 1,450원대로 내렸다.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연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15.28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는 외환위기 시기인 지난 1998년(1,394.97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다.
1998년에는 환율이 연초 1,850원까지 급등했다가 연말 1,200원대로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면, 올해는 환율이 1,300원대 중반을 저점으로 1,400원대에서 움직였다.
올해 초 계엄 사태와 미국 관세 압박에 1,487.6원까지 뛰었다가 5월 이후 1,300원대에서 안정화되는 듯했으나 9월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서더니 이달에는 1,470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4분기 평균은 1,435원이다. 올해 들어 주간 거래 종가가 1,450원을 넘긴 날은 총 50일로, 전체 거래일(211일)의 24%에 달했다.
특히 이달에는 원화가 ‘최약체’ 통화가 됐다. 새 정부 확장재정 기대감으로 약세를 나타낸 엔화(-0.36%)보다도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 유로(+0.72%), 영국 파운드(+0.15%), 스위스 프랑(+1.32%), 스웨덴 크로나(+0.54%), 중국 역외 위안(+0.32%), 대만달러(+0.21%)는 달러 대비 강세였다.
캐나다달러(-0.08%), 호주달러(-0.06%)는 달러 대비 약세였지만 원화보다 하락 폭이 훨씬 작았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고,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뒤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세가 꼽힌다.
올해 9월까지 경상수지 누적 흑자(827억7천만달러)는 직접투자·증권투자 순자산 증가 규모(809억9천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10월과 11월 해외주식 투자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36억3천만달러, 일평균 2억6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68억1천300만달러·일평균 2억2천만달러) 기록을 웃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인공지능(AI)업종 고평가 우려에 국내 주식을 9조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