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영 곳곳서 균열 신호… MAGA 결속력 흔드는 '내부 충돌'
엡스타인 문건 논란이 촉발한 파열음 충성파·보수 인플루언서 간 정면 충돌 이란 타격·가자지구·비자 정책까지 핵심 정책마다 MAGA 내부 노선 엇갈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견고한 결속을 보여온 것으로 평가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을 채우기도 전 전방위적 균열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정권을 지탱해 온 MAGA 진영의 내부 충돌은 특정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는 진영이 반이민 강경파, 전통 보수·기독교 우파, 친기업·시장주의 엘리트, 국방 매파, 온라인 인플루언서, 트럼프 충성파 등 이질적 파벌로 구성됐다는 특성이 배경으로 지적된다. 그동안 '트럼프'라는 하나의 축이 내부 결합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여러 현안에서 파벌 간 이견이 동시에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분화가 드러난 지점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 논란이다. 수감 중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을 둘러싼 문건 공개를 두고 보수층 내부 기대가 높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출범 이후 비공개로 선회하자 비판이 이어졌다. 문건 공개를 요구한 '골수 MAGA'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트럼프에서 "배신자"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이란 핵시설 타격, 가자지구 사태 대응 등 외교·안보 현안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이란 공격 후에는 고립주의 성향 인사들이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뒤집었다"며 반발했고, 전통 공화당 매파는 트럼프를 지지하며 같은 MAGA 범주 안에서 명확한 금이 그어졌다.
가자지구 문제에서도 '친이스라엘 기독교 우파'와 '반이스라엘 고립주의 진영' 사이에서 노선 충돌이 발생했다. 보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가 이스라엘 대응을 옹호하자 고립주의 진영은 그를 '가짜 MAGA'로 공격했고, 반대로 그린 의원 등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이유로 개입 반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민·비자 문제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초기 H-1B 비자 옹호 입장을 밝히자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친기업 우파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스티브 배넌 등 고립주의파는 거세게 반대했다. 반면 H-1B 비자에 10만달러 수수료 부과 방안이 발표되자 친기업 진영이 반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진영 내부 줄세우기는 사안별로 완전히 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파편화가 곧장 '트럼프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MAGA가 여전히 우파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갈등이 쌓일 경우 세력 재편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2026년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의원 통제는 한층 어려워지고, 지역구마다 친트럼프·전통 공화당·대외 개입 반대파·친기업 우파 등이 서로 다른 구도로 맞붙는 'MAGA 대 MAGA' 경선이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