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공사비까지 ‘역대급’…내년 건설업계 비용 폭탄 현실화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고환율 국면이 굳어지자 건설업계 전반에 비용 압박이 확산되고 있다. 수입 자재값 상승과 공사비 지표의 연이은 최고치 경신 속에, 내년 착공 물량 증가 시점과 맞물릴 경우 자재가격이 한 차례 더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건설용 수입 중간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용 수입 중간재 물가지수는 9월 기준 121.8로 전년 동기 대비 4.0% 올랐고, 주요 자재인 철근·시멘트·레미콘뿐 아니라 전선·케이블, 강재, 산업용 가스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환율 급등과 원자재값 상승이 겹치며 공사비 부담이 확대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중 1470원을 돌파하며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마감가는 1471원으로 집계됐고 이후에도 1460~1470원대에서 움직이며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이 고착화될 경우 수입 자재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계는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공사비 상승 압력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9월 131.66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건설업체들이 경기 침체로 재고를 최소화한 상황에서 내년 하반기 정부 공급대책 영향으로 착공 물량이 증가할 경우 ‘수요 증가 + 재고 부족’이 겹쳐 수입 자재가격이 다시 한번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용 충격은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에 집중되고 있다. 대형사는 연 단위 대량 계약과 해외사업으로 환율·자재비 변동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단기·소량 조달 비중이 높아 원가 상승이 즉각 반영된다. 이미 분양 부진과 수주 감소로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자잿값이 오르면 수익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방 건설사의 체력 저하는 폐업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486곳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4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전문건설업 폐업도 지난달까지 2083곳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이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사가 원가 상승분을 자체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용 상승 → 분양가 상승 → 수요 위축의 구조가 반복되면 시장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고환율 국면이 굳어지자 건설업계 전반에 비용 압박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수입 자재값 상승과 공사비 지표의 연이은 최고치 경신 속에, 내년 착공 물량 증가 시점과 맞물릴 경우 자재가격이 한 차례 더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