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K방산 가치사슬’ 본격화…UAE, 공동개발·현지생산 요구에 방산업계 촉각

2025-11-19     홍찬영 기자
K9 자주포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중동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단순 수출을 넘는 공동개발·현지생산·제3국 공동 수출을 공식 의제로 올리면서, K-방산의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시각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방산 협력을 기존 구매·판매 구조에서 ‘완성형 가치사슬’ 모델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UAE 측이 국방장비 독자 운영 능력 확보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만큼, 국내 업체가 중동 현지에서 생산·정비·운영을 통합하는 체계 구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특히 UAE의 전력 교체 수요를 주목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전차 약 390대 ▲전투기 60여대 ▲자주포 80여대 등 핵심 지상·항공 전력의 대규모 교체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구매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UAE가 생산·정비 거점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등 국내 주력 무기체계와 맞물린다.

항공기 분야에서는 KF-21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UAE는 4.5세대인 기본형 KF-21뿐 아니라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 성능개량형, 이른바 준(準)5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참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 전용 ‘커스텀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거론되며, 양국이 향후 제3국 공동 수출을 병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업체의 중동 진출 전략도 이미 현지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사우디와 ‘비전2030’ 협력에 따라 군수품 50% 현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중동 지역본부(RHQ) 설립도 마무리했다. 사우디·UAE 양 축을 기반으로 한 중동 전역의 생산·정비망 구축 전략이 구체화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단순 수입국에서 ‘생산·운영 주권’을 요구하는 방산 자립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현지 생산·정비 체계 구축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중동 국가는 산업 기반과 고용을 확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와 호주, 루마니아에서 확인된 K-방산의 현지화 전략이 중동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로 국내 방산사들은 중동 시장에서 대규모 패키지 수출 실현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완성형 협력모델’ 구축 시 약 150억 달러(21조원) 규모의 방산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향후 실무 협의 과정에서 공동생산 범위, 기술 이전 수준, 현지 정비창 설치 등 구체적 조건이 논의될 경우 수출 전략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