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 아시아 증시 급락세…'반도체 쏠림' 리스크 경고 나와
코스피 시총 증가분 42%가 삼전·SK하닉주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인공지능(AI) 거품론에 코스피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가 급락했다.
AI 확대 흐름 등으로 인한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에 반도체 중심으로 투자 레이더가 쏠리면서 관련 종목이 급락할 때 파급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3.3% 급락한 3953.62에 마감, 7일 이후 7거래일 만에 4000선을 내줬다.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이 3.2%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도 각각 1.7%, 0.8% 떨어졌다.
이날 페이팔·팔란티어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의 헤지펀드 ‘틸 매크로’가 엔비디아 주식 9400만달러(약 1375억원)어치를 지난 분기에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경고가 나온 상황에서 이 같은 소식이 들리자 시장 전반에서는 주식, 가상 자산 등 위험 자산의 선호 심리가 후퇴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9만달러 선이 붕괴됐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반도체에 몰리며 쏠림 리스크가 커질거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1963조원이었던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3251조원으로 1288조원가량 늘었는데, 이 가운데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42%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신용융자 증가의 중심이 반도체·자본재 업종에 집중됐다”며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로 낙폭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기타 고피나스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미국 증시가 AI 열풍으로 유례없는 과열과 집중을 보이고 있다”면서 “닷컴 버블급 조정만 와도 미국 가계 자산 20조달러와 해외 투자자 15조달러 등 전 세계적으로 35조달러 이상의 부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들은 AI 관련주를 줄여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운용 자산 1억달러 이상인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3분기(7~9월) 말 기준 13F 보고서를 분석해 월가 대형 헤지펀드들은 이 시기 AI 테마로 상승했던 ‘M7(대형 테크주 7개)’ 주식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론파인 캐피털, 타이거 글로벌은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플랫폼 보유 주식을 각각 34.8%, 62.6% 줄였다. 브리지워터, 코튜 매니지먼트는 엔비디아 주식을 팔았다. 브리지워터는 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 보유도 절반 이하인 265만 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