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예실차 손실 급증에 3분기 실적 '곤두박질'…4분기는?
예실차 악화에 車손해율 급등 악재 의료 수요 회복·독감 유행으로 4분기도 부담
[더퍼블릭=안은혜 기자]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보험손익 부진으로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가운데 신계약 CSM 확보 등 영업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예실차(실제 지급 보험금과 예상치 간의 차이)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올해 3분기 예실차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한 보험금(예정보험금, 추정치)에서 실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를 말한다.
2023년 도입된 보험회계기준(IFRS17)에서는 보험사가 해지율, 손해율 등의 계리적 가정을 바탕으로 이익을 추정한다. 예실차 손실은 곧 실제 나간 보험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보험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예실차는 각각 1610억원, 126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동양생명도 651억원의 예실차가 발생했다.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3분기 합산 당기순익은 5조5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예실차 손실 확대가 당기순익에 악영향을 줬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역시 각각 474억원, 2070억원 규모의 누적 예실차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해상도 234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유일하게 예실차에서 48억원 이익을 거뒀다.
예실차는 보험사들이 그동안 지급했던 보험금 데이터와 보험상품 손해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관리하는 영역이다.
분기마다 순이익에 반영되면서 주요 투자 지표로 활용될 수 있어 보험사들의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손해보험사는 예실차 손실이 클수록 보험손익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 예실차가 악화된 것이 손해율 악화와 함께 일회성 요인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예실차 관리가 보험손익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료 파업 종료로 인한 기저 효과와 올 4분기 독감 유행 등 건강보험을 비롯한 실손의료비 보험에서 청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보험업계가 예상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을 낮게 잡으면 미래 이익의 원천인 CSM이 커지고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회사별 예상 손해율 가정이 천차만별이어서 이익을 부풀리는 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인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 일당,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 독감보험,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 등을 두고 과당 경쟁 논란이 불거졌다. 회사들은 보장 한도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낙관적 가정을 적용해 보험료를 낮춰왔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쉬운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한 것이 문제”라며 “각 보험사가 연말 계리적 가정을 조정하면 CSM 잔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