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육박한 환율…기업에 리스크로 돌아온 환율 상승
현대연 "환율 급등 속 주요국 대비 변동성도 높은 수준" 올해 연평균 환율 1400원 넘어설 가능성 커져 미국 유학생·여행객 '울상'
[더퍼블릭=안은혜 기자]국내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연평균 환율이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내년도 사업계획 기준을 잡기가 어려워졌다. 미국행 여행객들과 달러화로 생활하는 유학생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발표한 ‘커지고 있는 외환시장 균형 이탈 가능성’ 경제주평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상승은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치가 더 가파르게 절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주요국 대비 환율 변동성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국내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달러인덱스가 직전 저점대비 3.1% 상승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6.1% 상승 ▲달러·엔은 4.6% 상승 ▲달러·유로는 1.7% 하락 ▲위안·달러는 0.1% 상승했다. 주요국 대비 원화 가치 절하가 두드러진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대외 요인으로 ▲미 관세정책 리스크 ▲미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달러 단기 유동성 경색 ▲엔화 동조화 현상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 만큼 대외 여건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국내 금융시장 건전성 확보 조치를 통해 단기 외환 및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잦은 단기 대규모 외환거래의 조정 등을 통해 원화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등의 수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지속성장 기반 확보 노력 등을 통해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외환·금융 시장의 안정화 기반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율 145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211일 가운데 원화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날은 전체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50일에 달했다. 이대로면 연평균 환율이 올해 처음으로 1400원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환율 변동성 확대 우려에 기업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은 수출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이 늘고 환 헤지(위험회피) 결제가 늘면서 이점이 크게 줄었다.
달러값이 올라가면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이 늘어 원가율이 올라가고 해외투자 비용 증가 및 수입결제 환차손, 외화차입금 상환부담 가중 등으로 전체 이익률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특히 우려하는 점은 내년도 사업계획의 기반이 실제 환율 흐름과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초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대 기업 중 약 63%는 올해 사업계획 수립 당시 1300원대 환율을 기준으로 비용·투자·조달 계획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환율 변동성으로 기업들은 단순한 ‘오차 보정’을 넘어 일부 계획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출기업의 매출을 달러로 올리지만 실적은 최종적으로 원화로 환산해 발표하기 때문에, 환율이 단기간 크게 요동치면 환차익보다 환차손이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환율이 널뛰면 회계상 왜곡도 더 심해져 여러 기관의 추정치를 고려함에도 실적 목표치 설정에서 환율 기준점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여행객의 부담이 커졌다.
한국에서 벌어온 원화로 미국에서 생활비를 써야하는 유학생의 경우 높은 미국 생활물가에 환율까지 치솟아 체감 부담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