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밋빛’ 전망…2026년 ‘메모리 황금기’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월가의 황제’로 지목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 등 글로벌 투자은행 CEO들이 잇달아 AI(인공지능) 관련 주가의 고평가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AI 거품론’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AI 산업의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는 아직인데, 성장 기대감에 따른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취지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신중론까지 더해지면서 AI 거품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경우 9~10월 지수가 급등한 탓에 단기적 조정이 연출될 수는 있으나,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견고한 실적이 내년 코스피 상승을 이끌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견고한 실적 전망은 단연코 AI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25년과 2026년 글로벌 AI 투자 규모를 각각 4230억 달러, 5710억 달러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는 올해 3750억 달러, 내년 5000억 달러였다.
UBS는 기존 AI 투자 규모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그 근거로 아마존과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확대 계획을 제시하는 등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UBS는 “AI 시장 거품과 관련 주식의 가치평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구축 투자 규모는 최소 2028년까지 연평균 20% 안팎의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나 범용 D램(주기억장치) 등을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되는데, 이에 따라 내년도 코스피 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견인할 것이란 게 증권가 일각의 분석이다. 이에 <더퍼블릭>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예상되는 202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전망해 봤다.
하이퍼스케일러, AI 인프라 투자 지출 확대…HBM4 공급망, ‘SK하이닉스-삼성전자’ 양강 체제
지난 11일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내년 코스피 상장기업의 예상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약 36%(107조원) 증가한 410조원”이라며 “이 중 약 69%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도 코스피 상장기업 예상 영업이익 증가분(107조원) 중 69%(74조원 상당)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인데, 삼성과 SK의 이 같은 호실적 전망은 ‘하이퍼스케일러’로 지칭되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와 연결된다.
방대한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터넷 검색, 온라인 쇼핑, 스트리밍 서비스, AI 연구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들을 ‘하이퍼스케일러’라고 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은 AI 주도권을 선점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서버‧저장소‧프로그램 등을 빌려 쓰는 것)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에만 3000~400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AI 인프라에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 규모는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이러한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은 주로 AI 데이터센터 용량 및 전력 확대, AI 학습 및 추론을 위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 자체적인 AI 칩 개발 및 제조 등에 쓰인다. 이러한 인프라 확대에는 HBM과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AI 모델이 나날이 진화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AI 가속기 역할을 하는 GPU의 핵심 요소인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부가가치를 자랑하는 HBM은 최소 2026년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높은 수익성을 보장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내년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인 루빈(Rubin)에 탑재될 예정인데, HBM4 공급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미국) 등 3사가 지배하고 있다.
다만, 마이크론의 경우 엔비디아가 제시한 데이터 처리 속도인 ‘초당 10Gbps’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율에도 문제가 있어 전면 재설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마이크론의 HBM4 납품 시점은 2027년으로 밀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내년 HBM4 공급망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양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AI 추론 워크로드 증가…HBM 넘어 범용 D램 전반으로 수요 확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천문학적인 AI 설비투자 지출은 HBM을 넘어 범용 D램 수요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나 오픈AI의 챗 지피티(ChatGPT) 등 대규모 AI 모델들은 크게 학습과 추론으로 나뉘는데, 방대한 양의 데이터(텍스트‧이미지 등) 패턴과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에서는 주로 HBM이 핵심 역할을 한다.
추론은 학습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이미지 등의 결과를 생성하는 것으로, 수많은 사용자의 요청을 동시다발로 처리하기 위해선 대용량의 빠른 DDR5(5세대 D램)가 서버에 필수적으로 탑재돼야 한다.
이와 관련,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월간 D램 트렌드’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AI 추론 워크로드(AI에 묻고 답하기) 증가에 따른 D램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운호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들어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추론 워크로드가 급증했다”면서 “Context windows(LLM이 한 번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텍스트의 양)가 수만 토큰(데이터)에서 100만 토큰 이상으로 늘어나며, 세션당 메모리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 결과, 전체 시스템 수요를 HBM만으로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서버 성능 및 처리량 유지를 위해, HBM은 물론 DDR5 등 범용 D램의 AI 서버 탑재율을 높이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2025년은 AI 수요가 HBM을 넘어 D램 전반으로 확산되는 변곡점”이라며 “이 변화는 3분기 말부터 뚜렷해졌고, 2026년까지 탄력이 붙으며 근 몇 년간 가장 강한 D램 수요 사이클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수요 증가→공급 부족→가격 상승 ‘메모리 슈퍼사이클’
추론 워크로드 증가로 범용 D램의 수요는 증가 추세인 데 반해, 공급은 하향 추세가 연출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후공정(패키징) 기술이 요구돼 일반 D램보다 훨씬 마진율이 높은 HBM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재편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일반 D램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평택 P4(4공장)와 SK하이닉스의 M15X(기존 M15 공장의 확장)는 HBM 전용 팹(공장)으로 운영되고 있어, 범용 D램 생산라인 증설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범용 D램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서버용 D램 가격 전망치를 기존 15~20% 상승에서 28~33%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자 보고서를 통해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서버용 D램 가격이 10월에만 20~25% 상승하면서, 기존 전망치를 상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트렌드포스는)2026년 서버용 D램 가격 인상폭에 관해, 1분기에 10~15%, 2분기에 5~10%, 3분기에 3~8%, 4분기에 0~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후에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범용 D램의 가격 상승 추세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증가로 귀결될 전망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 주요 서버 D램 가격 상승세는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혹은 그 이상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공급이 계속 빠듯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가격)인상 여지 또한 크다”면서 “고객사들은 최소 물량 확보를 위해 더 큰 폭의 인상도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조사들이 HBM에서 D램으로의)Fab 전환 유연성이 낮고, AI 관련 수요가 다층적으로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수급이 빠듯한 상황은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며 “이에 따라 높은 D램 가격과 수익성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AI 확산, 하이퍼스캐일러 기업들의 서버 교체 사이클, 추론 워크로드 증가세 등 전반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D램 시장이 2028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과 범용 D램 외에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모델 학습 및 추론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eSSD(낸드플래시, 기업·서버용 고성능 SSD)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이나 PC 등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 확대로 낸드플래시는 물론 고성능 LPDDR(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도 증가세다.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메모리 슈퍼사이클→삼성‧SK 호실적→코스피 상승 견인
AI 주도권을 선점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지출 증가세로 인해, 증권가에선 내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3개 이상 증권사가 전망치를 제시한 코스피 상장기업 194곳의 내년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335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 229조 9000억원보다 46.0% 높은 수치인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여도가 압도적일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6조 1000억원으로, 코스피 주요 상장사 전체의 43.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34.7%보다 8.8%포인트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메모리 산업에 대해 그동안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 ‘빙산이 다가온다(Memory-The Iceberg Looms)’ 등의 보고서를 통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경우 지난 10일 ‘메모리-최대 가격 결정력(Memory–Maximum Pricing Power)’ 보고서에서, 내년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116조 4480억원으로 제시했다. 2027년에는 영업이익 135조 220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4만 4000원, 강세장에서는 최대 17만 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선 목표주가로 73만원을 제시하면서, 강세장에선 85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증권가에서는 2026년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설비투자 지출 증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발과 가격 상승이 겹치는 역사상 유례없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정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으로 연결, 결과적으로 삼성과 SK가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