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정보' 의무 공개 시대 개막… K-전기차 '반사 효과' 기대감
국회, 배터리 제조사 고지 조항 신설 중국산 불신 속 국내 3사 기대감 브랜드 중심 경쟁 구도 가능성 제기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앞으로 전기차 판매자는 차량에 어떤 배터리가 들어갔는지 구매자에게 의무 제공해야 한다. 이에 K-배터리 업체의 반사 효과가 기대되면서 배터리 시장 경쟁 지형도 흔들릴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전기차 판매 단계에서 배터리 제조사와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고의적 미제공이나 허위 제공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며 법은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그간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던 배터리 정보가 규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항은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지역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로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제조사가 홍보해온 배터리와 실제 탑재 배터리가 달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당초 차량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 과정에서 중국 파라시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원인은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배터리 정보가 비공개였다는 점이 소비자 불신을 키웠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법제화를 반기는 눈치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높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경쟁해왔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가 명확히 드러나는 구조는 자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 때문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국내 소비자 정서를 의식해 한국산 배터리 장착 사실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올해 8월 출시된 르노코리아의 '세닉'이 그 사례다.
다만 제도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벤츠 EQE 화재 이후 주요 제조사 다수가 이미 자발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해서다. 일각에선 실명제가 새 기준을 도입한다는 의미는 크지만, 실제 판매 전략이나 공급망에 즉각적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중국산 배터리가 판매에 악영향을 준다는 단정도 어렵다. 기아가 지난 9월 내놓은 'EV5'는 중국 CATL의 NCM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10월 판매량이 1150대를 기록하며 국내 전기차 판매 4위에 올랐다. 가격 측면에서도 여전히 중국산 배터리는 우위에 있이다. 이에 업계에선 NCM보다 원가 부담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실명제가 파일을 어떻게 재편할지는 시행 이후 완성차 선택, 소비자 반응 그리고 배터리 기업들의 가격 전략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드러날 전망"이라며 "결국 승자는 기술과 비용 구조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