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독일, 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본격 개막…정부·업계 ‘총력 모드’

2025-11-14     홍찬영 기자
장보고-III 잠수함 자료사진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캐나다가 최대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입찰제안요청서(RFP)를 한국과 독일에 전달하면서, 한국 잠수함 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수주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경쟁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참여한 한국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14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최근 한화오션과 방위사업청에 RFP를 발송하며 내년 3월 2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캐나다 왕립해군은 현재 운용 중인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2030년대 중반부터 3000t급 신형 디젤잠수함으로 최대 12척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단순 건조비만 최대 20조원, 유지·보수·운용(MRO)까지 포함한 총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8월 캐나다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TKMS를 최종 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방한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둘러보고 잠수함 내부를 직접 시찰하는 등 양국 간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는 수주 기업에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현지 조선업체와의 산업협력, MRO 체계 구축, 인력훈련 지원 등 포괄적 협력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3600t급 장보고-III Batch-II 플랫폼을 제안했다. 이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최대 약 3주간 수중작전이 가능하며, 7000해리(약 1만2900㎞) 운항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캐나다가 요구한 2035년보다 앞선 일정으로 초도함을 인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건조 경험과 MRO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지원하는 구조다.

독일 TKMS는 2500t급 디젤·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잠수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TKMS는 잠수함 수출 경험과 캐나다 현지 사무소·정비시설을 기반으로 한 산업협력 능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정부도 CPSP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사청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협의를 거쳐 절충교역 방안, 인력훈련 지원 계획, 양국 방산업계 협력 패키지를 준비할 예정이며, 정부 부처 간 협조체계도 가동된 상태다.

지난달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캐나다 정상이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것도 해당 사업과 연계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CPSP는 한국 잠수함 산업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 시장에 증명할 기회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지난 30여 년간 독일 기술을 토대로 잠수함 체계를 구축해왔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독일과 정면 경쟁하게 되는 상징적 국면에 서게 됐다”며 “이번 수주전에서는 납기, 성능, MRO 역량, 절충교역 조건 등 다양한 요소가 최종 평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