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데이터 경쟁력 실종… ‘초개인화 플랫폼’으로 돌파구 찾은 현대카드

2025-11-14     유수진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현대카드]

[더퍼블릭=유수진 기자] 국내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카드사 유료 데이터의 90%가 실제로 판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수천 건의 데이터를 등록해두고 있으나 구매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이를 필요로 하지 않거나 활용이 어려워 판매 실적이 저조한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현대카드는 단순 데이터 판매를 넘어 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자체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의 유료 데이터 판매 실적 부진에 대한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먼저, 카드사 간 데이터 차별성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국내 대형 카드사인 신한·삼성·현대카드의 회원 수는 모두 1300만 명에서 1400만 명 수준으로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특정 카드사의 데이터가 다른 곳보다 더 신뢰할 만하다는 근거도 약하다는 것이다.

또한 카드사들의 데이터 자체가 일반적인 소비 트렌드 분석 수준에 머물러 기업의 신규 비즈니스 발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맞춤형 데이터가 아닌 가공 데이터는 활용 역량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에게 수요가 낮다.

현대카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반 초개인화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개발했고, 이를 일본 대형 카드사 SMCC(Sumitomo Mitsui Card Company)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8일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사진제공=현대카드]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8일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며 금융 및 데이터 산업 혁신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오랫동안 금융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이 ‘상품’이 아니라 ‘데이터 이해 능력’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정 부회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국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가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말은 시간이 지나 현대카드의 기업 정체성과 수익 구조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현실화됐다.

기존 카드 산업은 결제에서 발생하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 카드론과 리볼빙 같은 금융상품 판매 수익에 기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규제 강화, 고금리 시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전통적 수익 구조는 이미 한계를 드러내왔다. 다른 카드사들은 마케팅 포인트 경쟁, 연회비 혜택 경쟁, 브랜드 제휴 확장 등 소모적 경쟁에 머물렀다.

반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며 카드회사를 금융 데이터·AI 테크 기업으로 전환하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는 영업이익의 약 30%를 AI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100명 이상의 데이터 과학자를 직접 채용하며 업계에서 유례없는 규모의 기술 투자를 단행했다.

이 결정은 시간이 지나 확실한 차이를 만들었다. 동일한 데이터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카드사들이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판매 부진에 직면한 반면 현대카드는 데이터를 가공·구조화해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기술 플랫폼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돋보인다. 특히 유니버스 수출 성과는 현대카드가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업을 전환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성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