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속기 개발 가시권… 삼성·SK, 'HBM4E' 주도권 경쟁 본격화
삼성전자·SK하닉, 내년 상반기 개발 완료 목표로 속도전 2027년 HBM4E 시장 비중 40% 전망… 맞춤형 수요 확대 SK하이닉스 선두 속 삼성 파운드리 역량 주목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7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E)'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HBM4E 개발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는 일정을 설정하고 사업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양 사는 HBM4E가 글로벌 AI 가속기 신제품에 핵심 구성 요소로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선 엔비디아 루빈 플랫폼 최상위 모델인 'R300' 등이 탑재 대상으로 거론된다.
업계는 HBM4E가 도입되는 2027년을 기점으로 제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분석에 따르면 HBM 시장은 내년에 전년보다 77%, 2027년에 6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같은 해 전체 HBM 수요의 40%를 HBM4E가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양 사가 선점 효과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다.
기존 HBM4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유지해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상을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마쳤고, 루빈 플랫폼에 투입될 초기 물량의 상당 부분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공급망 진입은 언급됐으나 실제 물량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HBM4E 단계부터는 판도가 일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객사가 원하는 사양에 맞춰 로직 다이 등 핵심 부품을 설계하는 맞춤형 HBM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BM4부터 자사 파운드리 공정을 로직 다이에 적용하며 기술 내재화 경험을 축적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HBM4E 시장에서도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가속기 개발을 추진하면서 맞춤형 제품 수요가 다변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빠르게 대응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마이크론도 HBM4E 시장 대응을 위해 TSMC와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기존에 자체 D램 공정을 적용해왔으나, 고객 요구와 성능 향상 필요성에 따라 파운드리 첨단 공정 활용을 검토해 협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