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75원 '터치'…달러로 미국 주식 사는 서학개미 "구조적 취약성 부각"
무역수지 흑자, 달러 벌어와 환전 않하는 기업들 이창용 "환율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개입할 것"
[더퍼블릭=안은혜 기자]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 압력이 멈출 줄을 모른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5.4원을 터치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30분 기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9.0원 오른 1474.9원을 나타냈다.
개장가는 전날보다 3.3원 오른 1469.0원으로, 이는 지난 4월 10일(147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개장 직후 1470원을 돌파해 1475.4원을 터치하는 등 계속해서 상승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전날도 장중 1470원을 기록한 환율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개입할 의지가 있다”는 발언으로 1460원대로 물러섰지만, 하루 만에 다시 1470원대로 올라섰다.
심리적 저항선인 환율 1400원선은 '뉴노멀' 시대라는 말이 나올만큼 이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2008년~2009년 수준인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종료 기대감에 더불어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달러가 강세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 개미들과 수입업체 결제 수요 등 견고한 달러 실수요가 원화 환율을 밀어 올리는(원화 가치를 누르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서학 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23억240만달러(약 3조378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의 달러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서학 개미들은 269억 5739만달러(약 39조 5168억원) 규모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서학 개미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주식을 사들이면서 외환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AI)주 거품 우려에도 서학 개미들의 약 80%가 메타·SOXL(미 반도체 지수 수익률의 3배 추종)·엔비디아·METU(미 메타 주가 수익률의 2배 추종)·팔란티어 등 미국 AI 수혜주 'TOP5'에 집중 투자했다.
우리 기업이 무역수지 흑자로 달러를 벌어 와도 국내 외환 시장에 충분히 달러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원화 환율 상승의 요인이다.
10월 한 달 간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인 68억5499만달러로,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60억5000만달러)를 웃돈다.
환율이 계속 오르니 무역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 물량을 '환전'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풀리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달러로 결제하는 수입 업체들도 원화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달러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
한편,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화 약세와 관련해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 달러 강세, 일본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관계,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을 복합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 총재는 “현재 너무 많은 요인이 환율에 작용하고 있어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 방향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우리는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말해 구두 개입성 메시지도 함께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