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다”… 노만석의 폭탄 발언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진실공방… 법무부·대검·정치권 전면 충돌 보완수사권·수사지휘권 압박?… 이진수 차관 통화 의혹도 확산

2025-11-13     오두환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의 중심에 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밤 전격 사의를 밝히며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말했다.

노 대행의 이 발언은 “현 정권의 압박을 받아왔다”는 취지로 해석되며 정치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노 대행은 이날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약 25분간 대화를 나누며 현 정권과의 갈등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옛날에는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솔직히 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의 문제가 돼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느냐”고 했다.

또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갖고 조직이 득 될 거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 정권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압박을 받았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지우려는 대상은 이재명 관련 재판 전체”

노 대행이 말한 “저쪽”과 “지우려 한다”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이에 대해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지우려는 대상’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기소 내용 전체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현재 이 대통령은 5개 재판에서 12개 혐의로 피고인 신분이다. 최 평론가는 “지우려 한다는 것은 이 모든 재판 내용을 없었던 일로 하려는 집단적 시도”라고 분석했다.

또 노 대행이 말한 “저쪽”에 대해 최 평론가는 “항소 포기와 관련된 전달 라인, 즉 이진수 법무부 차관·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이 포함된 라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 남욱 협박 주장 방어 미흡, 이화영 전 부지사 관련 의혹 불투명 대응 등이 모두 ‘지우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 대행이 퇴임식에서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만큼, ‘외압 정황’과 관련된 추가 폭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항소 포기 이후 검찰 내 ‘검란’… 법무부는 전면 부인

노 대행은 지난 7일 ‘대장동 사건’ 항소 기한 막판에 검사들의 항소 의견을 불허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 이후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일제히 반발하며 검찰 내부에서는 이른바 ‘검란’이 벌어졌다.

외압 의혹의 핵심은 이진수 법무차관과의 통화다.

야당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언급하며 압박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고 있고, 검찰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유지와 연계해 항소 포기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차관은 13일 국회에서 “노 대행과 통화는 했지만 수사지휘권 압박은 없었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보완수사권과 이 사건 연결은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사전 조율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차관이 수사지휘가 아니라고 말했더라도 실제 듣는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치검사 단죄”… 국정조사·특검까지 언급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정치검사들의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며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 검사들의 부끄러운 민낯과 기획 수사·조작 기소의 모든 과정을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국정조사 요구서를 이번 주 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항명하는 공무원을 보호하는 법은 필요 없다”며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해임·파면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도 했다. 또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발악하는 정치검사들을 반드시 단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도 “검사들이 사직해서 변호사 개업으로 빠져나가려 할 것”이라며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반란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후 특검 가능성까지 열어 두면서 여당·검찰·법무부 간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노만석 사퇴’

노 대행의 사퇴는 단순한 인사 변동이 아니라,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이라는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노 대행의 “저쪽에서 지우려 한다”, “정권과 방향이 다르다”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한 권력 개입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법무부의 주장처럼 “외압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면, 검찰 내 집단 반발이 ‘정치화된 항명’이라는 비판이 강화될 수 있다.

노 대행이 퇴임식에서 어떤 추가 설명을 내놓을지 그리고 국정조사·특검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정국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