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中 수출 금지한 ASML,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만났다…단순 구매 넘어 ‘공급망 재편’ 꾀하나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두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이 우리나라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또한 ASML의 단순 구매를 넘어 공급망 재편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푸케 CEO는 12일 오전 경기 화성 송동에서 열리는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에 참석한 뒤 오후에 전영현 부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11일에는 곽노정 사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ASML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반도체 초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슈퍼 을(乙)’로도 불린다.
반도체 핵심 기술인 노광장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ASML CEO가 직접 한국을 찾은 만큼, 이번 회동에서는 미래 반도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만남은 글로벌 장비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가 재구성되는 흐름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신호로 읽힌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2019년부터 EUV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최근에는 구형 장비에 대해서도 수출 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ASML 입장에서는 중국향 장비 수요가 제약된 상황에 한국 반도체 고객사의 중요성이 더 커졌으며, 이들 기업과의 협업으로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순히 장비 구매 기업을 넘어 새로 형성되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비·공정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삼성·SK는 ASML의 최첨단 'High(하이) NA 극자외선(EUV)' 장비를 반입하며 최선단 공정 기술력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올 초 처음으로 하이 NA 장비를 국내에 설치한 데 이어 연내 양산용 장비를 한 대 더 추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양산용 하이 NA 장비를 이천 M16팹(Fab)에 반입했다.
하이 NA EUV는 기존 EUV보다 해상도를 크게 향상한 차세대 노광 장비로, 한 대당 가격이 5000억원을 넘는다. 2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와 10나노 이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며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이 매우 적어 장비 확보를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2나노 공정 성능·수율 향상에 ASML의 최첨단 장비를 먼저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성능 D램의 기술력 고도화에도 해당 장비를 활용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고성능 AI 메모리 라인업 확대에 주력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며 오는 2031년까지 다양한 고성능·고용량 AI 메모리 설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