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재개발' 김민석의 경고, 오세훈의 반격… 종묘가 흔든 서울시장 구도

2025-11-12     오두환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서울시의 종묘 앞 고층건물 허용과 관련해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종로구 종묘를 방문, 유 관장의 저서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며 역사적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종묘 맞은편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단순한 도시정비 논란을 넘어, 여야 간 서울시장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서울시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K-관광 부흥에 역행해 국익적 관점에서도 근시안적인 단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며 “K-문화, K-관광, K-유산 관점에서 이 사안을 풀기 위한 국민적 공론의 장을 열어보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종묘 현장을 직접 방문한 김 총리는 “바로 턱하고 숨이 막히게 되겠다. 여기 와서 보니 (고층 건물이 들어오도록) 놔두면 기가 막힌 경관이 돼버리는 것”이라며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기를 누르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중앙정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종묘만 보고 올 게 아니라 세운상가 일대를 모두 둘러보기를 권한다”며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또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며 “종묘에서 멀어질수록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해 멋지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방은 표면적으로는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재생’의 가치 충돌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정치적 전운’으로 보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지난 5일 ‘서울시장 차출설’과 관련해 “그런 상황은 안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여전히 출마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김 총리가 이번 종묘 논란을 계기로 서울 도심 현안을 직접 챙기며 존재감을 키우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장위13구역을 방문해 재개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관계자는 “김 총리가 종묘를 둘러본 건 단순한 문화재 보호 이슈가 아니라 서울의 미래 도시 구상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본다”며 “서울시장 레이스의 서막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이미 다채롭다.

서영교 의원, 박주민 의원, 전현희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몸풀기에 나섰다. 여기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진영 내 1~2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신흥 주자로 부상했다. 정 구청장은 도시재생 분야의 성과로 ‘서울을 성동처럼’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인물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의 재개발 구상은 서울 도심을 강남화하려는 구시대적 도시 비전으로, 김민석 총리가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당내 후보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번 논쟁이 본격적인 서울시장 경선 구도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종묘 재개발 논란은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의 미래 비전이라는 정책 논쟁을 넘어, 김민석 총리와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존재감이 충돌하는 무대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논쟁을 “서울시장 선거의 예고편”으로 규정하며, 향후 서울 도심의 개발 방향이 내년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