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무한 출혈 경쟁'에 수익성 악화… 흑자 기업은 4곳뿐
내수 2배 넘는 생산 능력, 과잉 설비로 공장 절반 놀아 3년 새 차량가 21% 하락… 업계 수익률 반 토막 정부 보조금 중단 예고, 산업 구조 조정 장기화 우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 자동차 산업이 공급 과잉, 가격 출혈 경쟁에 빠지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시장의 생산 능력이 내수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업계 전반이 내권(內卷·제살 깎아먹기식 경쟁)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생산 능력은 연간 5507만대로 내수 판매량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여기에 수출 물량을 더하더라도 2000만대가 넘는 생산 시설이 가동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중국 국가통계국 통계를 근거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자동차 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72.2%였으나, 전체 등록 제조사로 범위를 넓히면 실질 가동률은 약 50%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산업 가동률이 75% 이하로 지속될 때 과잉 설비로 판단된다.
공급 능력이 내수 규모를 넘어서면서 업체 간 가격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 차량 판매 가격은 2021년 3만 1000달러에서 지난해 2만 4000달러로 3년 만에 21% 급감했다. 완성차 업계 평균 수익률도 2017년 8.0%에서 2024년 4.3%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약 130개 전기차 제조사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BYD, 테슬라차이나, 리오토, 지리사 등 4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 역시 "약 15개사 만이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한때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던 전기차 분야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며 산업 자생력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제15차 5개년 계획에선 전기차를 전략 산업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며, 이에 각종 정부 보조금 지원도 내년부터 중단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과거와 달리 중국의 자동차 산업 반(反)내권 정책은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의 정상 작동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산업의 세분화와 첨단 기술 산업으로서 상징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정부의 직접 개입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방 정부와 산업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구조 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지역 경제 악영향을 우려한 지방 정부가 저리 대출이나 세제 감면 등으로 부실 기업을 지원할 경우, 산업 내 과잉 경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