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실적 직격탄 맞은 현대車… 정의선의 '인사 시계' 빨라진다
이르면 이달 중 사장단 인사 착수 관세·R&D 리더십 공백 등 복합 변수 안정 속 변화, 정의선의 선택 주목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현대차그룹이 이르면 이달 안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고율 관세, 부진한 실적, R&D 리더십 공백 등 복합 변수 속 정 회장의 결단이 주목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주요 임원 인사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도 이달 중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미국 시장 대응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대대적 교체보다 보완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이미 장재훈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주요 계열사 인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다만 내부 사정은 단순하지 않다. 대관 업무를 맡은 성 김 사장과 글로벌 판매를 책임지는 호세 무뇨스 사장은 인사 최대 관심 인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현대차 최초 외국인 사장으로 발탁됐지만,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성 김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210억달러 대미 투자 약속을 주도했으나, 관세 완화라는 실익은 얻지 못했다. 무뇨스 사장도 미국 판매 방어에 성공했지만. 국내 실적과 전기차 대응 부진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 이익은 2조 53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2% 감소했다.
R&D 분야 리더십 공백도 과제로 꼽힌다. 김용화 전 CTO가 지난해 말 퇴임한 뒤 그룹 내 연구 개발은 양희원 본부장과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의 '투톱 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자율주행과 AI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속도가 늦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조직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8월 신재원 전 미래항공모빌리티 담당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후임 공석이 생겼다. 그룹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공식 행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기조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계열사 인사는 대체로 '유임 기조'가 예상된다. 지난해 새로 선임된 최준영 기아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등은 재임 1년 차로 교체 가능성이 낮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잇단 안전사고로 책임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수 CEO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2020년 3월 취임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꾸준한 실적 개선으로 연임이 유력하다. 현대로템은 3분기 매출 1조 6196억원, 영업 이익 2777억원으로 각각 48.1%, 102.1% 증가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광고 계열사 이노션 대표로 1973년생 김정아 부사장을 승진시켰다. '젊은 리더 발탁'이라는 점에서 정의선 회장이 세대 교체의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택할 인사 방향이 앞으로 그룹의 성장 전략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