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소수 '대형주 쏠림' 심화…코스피 오른 날도 절반은 하락
5대 그룹 시총 비중 52.2% ETF도 대형주 쏠림 강화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올해 코스피는 70% 가량 급등했지만,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주 집중'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리더스인덱스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상장사 368곳의 시총을 분석한 결과, 전체 시총은 올해 1월 2일 1661조7387억원에서 11월 3일 3030조5177억원으로 1369조원(8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증권 시장의 전체 시총(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포함)은 2310조9938억원에서 3963조1134억원으로 71.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시총 상위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HD현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45.9%에서 52.2%로 6.3%포인트 상승해 대형 그룹 중심의 쏠림이 두드러졌다.
규모 별로는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 지수는 71.3% 상승했지만, 중형주(101~300위)는 37.4%, 소형주(301위 이하)는 15.4%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 분위기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82%, 233% 급등해 코스피 상승의 상당 부분을 이끌었다. 삼성·SK그룹의 시총 비중은 전체 시장의 40%에 육박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코스피는 3300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나 조·방·원(조선·방산·원전) 등 올해 증시를 달군 주도주를 놓친 투자자라면 코스피 상승을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란 뜻이다.
리더스인덱스는 "산업 간 경기 흐름이 엇갈리면서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가 급변해 반도체·조선·방산·원자력·전력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들이 상위권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식 계좌를 보유한 고객 240만1502명 중 절반이 넘는 131만2296명(54.6%)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는 포스코홀딩스·카카오·금양·에코프로비엠 등이, 수익을 낸 투자자들에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두산에너빌리티가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종목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분산투자를 지향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소수 대형주에 집중하는 테마형 상품이 늘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와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규 상장된 ETF 12종 중 6개는 특정 테마에 따라 일부 대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 집중형 ETF’였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3플러스 ▲RISE 글로벌게임테크TOP3Plus ▲RISE 미국고배당다우존스TOP10 ▲SOL 미국넥스트테크TOP10액티브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 ▲KODEX K조선TOP10 등이다.
ETF 이름에서 나타나듯 테마와 함께 ‘톱(TOP)3’, ‘TOP10’ 같은 상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대형주 주도의 상승장에서 투자 수익률과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나친 종목 집중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운용사들이 소수 종목 집중형 구조를 도입하면서 시장의 대형주 쏠림이 강화되고 단기 모멘텀(상승 여력)도 확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압축형 테마 상품의 확산은 변동성 노출 리스크를 내포하고 구성 종목의 개별 이벤트에 따라 성과 편차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