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한 주 7조원 순매도 '역대 최대'…원인은?

AI 거품론에 반도체주 타격 외국인이 대거 차익 실현에 원화 약세

2025-11-10     안은혜 기자
지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상승세를 달리던 코스피가 지난주 4000선을 내주며 한 주를 마쳤다. 증시를 가파르게 밀어올렸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6일 코스피 일간 평균 변동률은 2.36%로 집계됐다.

일간 변동률은 직전 거래일 대비 당일의 코스피 종가 등락률이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분포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기인했다. 지난 3~7일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 순매도액은 7조2640억원이었다. 이는 주간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액 기준 역대 최고 수치다.

직전 역대 최대 기록은 지난 2021년 8월 둘째주(9~13일) 7조 454억원이었다. 

특히 지난 4일 순매도액은 2조 2280억원으로 지난 2021년 8월 13일(2조 6990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일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과 얼마 전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한국 증시가 리레이팅(재평가)되고 있다”, “코스피 5000은 물론이고 6000도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심어줬지만 며칠 새 반전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환율 급등,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최고경영자)는 홍콩 금융 서밋에서 “기술주 거품이 상당해 향후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 역시 “10~15% 조정은 오히려 바람직한 수준”이라며 경고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 위기를 다룬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자산운용이 9월 말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풋옵션을 대거 사들였다는 소식도 불안을 증폭시켰다.

팔란티어 주가는 5거래일 사이 13% 이상 급락했고 엔비디아 주가도 약 10% 쪼그라들었다. 최근 주요 증시 상승 동력이었던 반도체·테크 종목들도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 역시 영향을 받았다. '11만전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는 지난주 9만7900원까지 내려왔고 '62만닉스'를 맛본 SK하이닉스는 58만원으로 밀리기도 했다.

실제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이 이번 주 가장 많이 판 종목은 SK하이닉스로, 3조715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순매도액도 1조5028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진 영향도 크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일 주간종가 기준 1456.9원에 마감했다.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사이 2%나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 절하율 1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가 환율 상승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환율 상승이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투자를 저해하기도 한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약화되는 국면에서는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을 매수할 경우 앉아서 환차손을 볼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투자 자금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인 탓에 한국 시장만 약세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기 때문에 단기 조정도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가 3.7% 하락하는 동안 일본 닛케이평균은 4.1%, 대만 가권지수는 2.1% 각각 뒷걸음질했다. 

증시 전문가는 당장 상승 모멘텀을 가져올 이벤트는 없지만 최근 주가 조정을 주도주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