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구본걸 LF 회장, 부채로 아들 회사 키운다?…‘꼼수 승계’ 논란

2025-11-10     김영일 기자
구본걸 LF그룹 회장(연합뉴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등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LF는 과거 LG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에서 시작해 2006년 분사 후, 2014년 ‘LG패션’에서 LF로 사명을 변경했다.

구본걸 LF그룹 회장은 쇼핑몰 LF스퀘어 등을 운영하는 LF네트웍스의 지분 17.5%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인데,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순‧구본진 씨 등도 각각 14.6%, 1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LF네트웍스는 일종의 가족회사다.

현재 구본진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LF네트웍스는 지난 2022년 7월 조경사업 부분을 인적분할해 ‘LF디앤엘(구 고려조경, 고려이앤엘)’이라는 법인을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LF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LF 지분 6.18%가 LF디앤엘로 이전됐다.

LF네트웍스가 구본걸 회장의 가족회사라면, LF디앤엘은 지분 91.58%를 보유 중인 구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의 개인회사다. 구 회장 장남의 개인회사는 인적분할 당시 LF 지분을 넘겨받은 데 이어, 최근까지 LF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데, 문제는 증여세 회피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과 함께, LF디앤엘이 LF 지분 매입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한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LF그룹의 승계 시나리오 및 자금 조달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증여세 등 자금 부담 최소화 ‘구성모→LF디앤엘→LF→계열사’ 구조의 승계 방식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 개인회사인 LF디앤엘은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 된 후 지속적으로 LF그룹의 지주사 격인 LF 지분을 사들여 왔다.

최근에도 10월 21일부터 31일까지 9거래일 동안 LF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13.85%까지 끌어올렸다. 게다가 구성모 씨 개인적으로도 LF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1.80%를 보유 중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LF 단일 최대주주인 구본걸 회장의 지분율이 19.11%인 것을 감안하면, 구 회장과 장남 간 LF 지분율 격차는 3.46%포인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F디앤엘의 LF 지분 확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2022년 인적분할 당시 구본걸 회장 가족회사인 LF네트웍스가 보유했던 LF 지분(6.18%)을 구성모 씨 개인회사인 LF디앤엘로 이전한 것도 승계 시나리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다만, ‘구성모→LF디앤엘→LF→계열사’ 구조의 승계 방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구본걸 회장 장남의 개인회사가 그룹 지주사격인 LF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건 증여세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구성모 씨 개인이 소량의 LF 주식을 매입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LF디앤엘이 사들인 지분이 10배 이상 많기 때문에 그만큼 증여세 등 자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모 씨가 LF 주식을 구본걸 회장으로부터 직접 증여받거나 장내 매수하면 증여세 및 매수 비용 등 자금 부담이 커지지만, 지분 매입 주체를 LF디앤엘로 돌리면 자금 부담은 회사가 감당하게 된다.

또한 LF디앤엘이 LF로부터 수령 받는 배당금을 추가 지분 매입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F는 최근 3년간(2022년~2024년) 주당 700원의 배당을 해왔다. LF디앤엘이 LF 지분을 늘릴수록 수령하는 배당금도 늘어나, 이를 활용해 재차 LF 지분을 확대할 경우 별도의 증여세 부담 없이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F 주식 보유에 따라 LF디앤엘이 수령한 배당금은 22억 8300만원 상당이다.

지난달 31일 LF가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빚내서 지배력 키우는 LF디앤엘…이자 상환 충당 규모의 배당금

 구본걸 회장의 장남이 증여세를 부담하고 떳떳하게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는 방식이 아닌, LF디앤엘이 자금 부담을 안고 LF 주식을 매입하는 것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지만, LF 지분 매입에 소요된 자금 조달 방식은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조경공사와 조경관리, 원예 판매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LF디앤엘은 지난해 매출 524억원, 영업이익 9억 1100만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LF디앤엘의 재무 상태는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는 177억원 상당이지만, 부채총계는 52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00%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은 27억 8400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LF디앤엘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재무 상태가 건전한 것도 아닌데, LF 지분 매입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을까.

LF디앤엘은 빚내서 LF 지분을 사들였다.

LF네트웍스 인적분할로 설립된 LF디앤엘은 설립 그 해(2022년)에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253억원, 구본걸 회장 33억원, 구성모 씨 25억원 등 총 311억원을 빌렸다.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린 차입금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LF네트웍스로부터 넘겨받은 LF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는데, 구본걸 회장과 구성모 씨에게 빌린 차입금은 담보 제공 없이 4.6%의 이자만 지급했다.

2023년에는 차입금 규모가 더 늘었다. 최대주주인 구성모 씨에 빌린 25억원은 갚았지만, 구본걸 회장에게 빌린 차입금은 33억원에서 153억원으로 5배 가량 늘어나 총차입금 규모가 406억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도 차입금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존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린 차입금(253억원)은 그대로였지만, 구본걸 회장에게 빌린 차입금은 171억원으로 늘었고, LF 주식을 담보로 NH투자증권으로부터 15억원(이자율 5.70%)을 신규 차입해, 총차입금 규모는 439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 LF디앤엘의 부채총계가 527억인 점을 감안하면, 구본걸 회장과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439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83.3%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LF디앤엘의 차입금 규모가 해마다 늘어날수록, LF 보유 지분율도 증가했다. 이는 LF디앤엘이 구본걸 회장과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LF 주식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LF 지분 확대를 위한 차입금 규모가 매년 늘어남에 따라, LF디앤엘이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도 2022년 6억 1700만원에서 지난해 21억원 상당으로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LF디앤엘이 LF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22억 8300만원 상당인데, 배당금으로만 이자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다.

2024년도 LF디앤엘 감사보고서.

‘꼼수 승계’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대여 형식으로 사실상 증여세 회피

정리하자면, ▶2022년 7월 LF네트웍스의 조경사업 부문 인적분할로 신설된 LF디앤엘은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가 지분 91.58%를 보유한 개인회사이고 ▶인적분할 당시 LF네트웍스로부터 이전받은 LF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구본걸 회장으로부터도 무담보로 돈을 빌렸으며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LF 지분을 늘려나가는 등 현재 LF 단일 최대주주인 구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를 좁혀나가는 경영권 승계 흐름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른바 ‘꼼수 승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구성모 씨의 개인 자금이 아닌, 부친 구본걸 회장의 자금과 LF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지주사격인 LF의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은 증여세를 회피한 ‘편법’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구본걸 회장이 장남에게 LF 지분 매입 자금을 현금으로 증여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구 회장은 장남 개인회사에 자금을 ‘대여’하는 형태로 LF 주식을 취득하게 했다. 이는 대여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증여세를 회피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구본걸 회장의 자금 대여 등을 통해 LF 지분을 늘려온 LF디앤엘은 지난해에만 LF로부터 약 22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했으며, 이 배당금이 추가 지분 매입이나 금융권 차입금 이자 상환에 사용될 수도 있다.

결국 LF가 창출한 이익(배당금)이 구본걸 회장의 장남 개인회사로 흘러 들어가 해당 회사의 성장과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꼼수’라는 것.

한편, <본지>는 ▶LF디앤엘이 LF 지분을 늘려나가는 데 따른 경영권 승계 여부 ▶빚내서 지분 매입을 하는 데 대한 세간의 부정적 시각 ▶증여세 회피 목적 의구심 등을 LF와 LF디앤엘에 질의했지만, 양사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앵무새 마냥 “공시 내용 외에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본질을 회피하는 대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