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빠져라" 中, AI 칩 완전 자급 선언… 美中 '칩 전쟁' 본격화
국가 자금 투입 데이터 센터, 외국산 칩 전면 퇴출 엔비디아 의존 끝내고 AI 기술 자립 가속 미·중 반도체 패권, 수출 제한 맞불로 격돌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이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에서 미국산 칩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하며 사실상 'AI 칩 독립'을 공식화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을 끊고, 자국 기술로 AI 산업을 끌고 가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의 수출 제한에 맞선 정면 대응이다.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 시각) 중국 정부가 국가 자금이 투입된 모든 신규 AI 데이터 센터에 중국산 칩 100% 사용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이미 착공된 시설 중 완공률이 30% 이하인 곳은 설치된 엔비디아 칩을 철거하고, 중국산으로 교체해야 한다.
중국은 기존에 정부 지원을 받는 데이터 센터에 중국산 칩 비중을 50% 이상으로 제한했지만, 이번 조치로 외국산 칩 사용 자체가 금지됐다. 특히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업장은 반드시 이 지침을 따라야 하며, 미국산 칩 구매 계획도 모두 취소해야 한다. 당국이 AI 산업에 사실상 '자립 명령'을 내린 셈이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400~500개의 데이터 센터가 건설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약 1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엔비디아 GPU를 장착한 상태여서, 대규모 칩 교체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정부는 미 정부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H20 수출을 재허가했음에도 보안 문제를 이유로 사용을 금지했으며, 9월에는 바이트댄스·알리바바 등에 엔비디아 중국 전용 모델의 테스트 중단을 지시했다. '탈엔비디아' 시나리오가 이미 단계별로 실행 중이었던 것이다.
중국의 강경 조치 배경에는 기술 자립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칩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전기료 50% 감면 혜택도 도입했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중국산 칩의 단점을 보완, 산업 전반에 '자국 기술 우선'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에 수세적이던 중국이 이젠 능동적으로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2022년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3440억위안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화웨이·캠브리콘 등 주요 기업에 자금을 집중했다. 그 결과 화웨이는 엔비디아 H100 성능의 60% 수준인 '어센드 910C', 캠브리콘은 A100의 80% 성능을 내는 'MLU 590'을 개발했다. 칩 수백 개를 병렬로 묶는 방식으로 성능 격차를 좁혔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34%였던 중국의 AI 칩 자급률이 2027년 8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자급 100% 달성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 격차보다 의지의 싸움이 됐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