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APEC이후 발표되는 이재명 정부의 심상치 않은 지표들...물가‧환율‧주가‧유가 ‘톺아보기’
李정부 성공적인 APEC일정 ...GPU 26만장‧핵추진 잠수함‧코스피 4200 李정부 APEC 성과에...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반등 APEC 성과에도 심상치 않은 지표...물가 상승률 2.4% 15개월 만에 '최고' APEC 성과에도 심상치 않은 지표...환율 1450원 '돌파' APEC 성과에도 심상치 않은 지표...코스피 급락 '李정부' 권대영, 주가 폭락시점에 '빚투'옹호 김용범 "200억 달러 대미투자에도 문제없어" '저유가'에도 물가‧환율 관리안되는 이재명 정부 고유가에 고생한 尹정부...증시부양에 심취한 李정부
[더퍼블릭=최얼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주(지난 달 29~이달 1일)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일정을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APEC에서 이 대통령은 미중일 3국 정상들과 회담을 진행했고,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가시적인 회담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몇몇 지표들에서 심상치 않은 징후도 함께 포착되고 있다. 그간 급등세를 보였던 코스피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과 함께, 주가 상승으로 인해 가려졌던 물가와 환율 급등세가 다시금 대두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의 APEC 성과 '총망라'...GPU 26만장, 핵추진 잠수함 등
먼저 APEC기간 미일중 3국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짚어보자.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으로 10년간 연 200억불을 지급하는 내용의 관세 협상을 성사시켰고, 핵추진 잠수함까지 지원을 약속받았다. 관세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한 것과 더불어, 진보 정부임에도 안보 이슈를 선점하는 모습까지 동시에 연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1년 만에 국빈 방문한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70조원 통화 스와프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투자 협상 등 경제협력 제도마련을 함께 논의했고, ▶양국간 고위급 소통 채널 정례화 ▶인적·지역 교류 확대 등의 성과를 냈다. 물론, 중국측이 비공개 회담에서 한국측이 ‘핵잠수함 추진’을 미국측에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그 이상의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전해지진 않는 상황이다.
강성 보수 성향으로 유명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와의 첫 만남도 의미 있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단행할 것을 약속했고, 셔틀외교 확대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이 대통령과 강성 보수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협력강화를 약속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의를 둘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APEC기간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하는 한국에 최신 그래픽카드(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재명 정부 최고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당초 이재명 정부가 AI 산업활성화를 강조한 만큼, GPU 26만장 공급은 AI산업 발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GPU 26만장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물량을 확보한 수치로 알려진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APEC 일정은 한미‧한일‧한중 정상회담 모두 큰 실점없이 무난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평가 가능하며, 특히 엔비디아의 GPU공급 26만장 약속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다시말해 정상회담은 ‘선방’, GPU 26만장 공급은 ‘성과’로 평가 가능하다는 것.
GPU공급 소식과 한미관세 협상 타결소식에 코스피는 4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코스피는 지난 4일 4226.75 포인트까지 상승했고, 이에 힘입어 3주 연속 하락세에 놓였던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역시 상승세로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53.0%로 직전 조사 대비 1.8%포인트(p) 상승했다. 부정 평가는 43.3%로 1.6%p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관세 협상 타결 등 실용 외교 성과와 코스피 4,000선 돌파, 3분기 GDP 1.2% 성장 등 경제 지표 호조가 지지도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스토마토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 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토마토가 6일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긍정평가가 60.3%, 부정평가는 35.2%로 집계됐다. 긍정평가는 직전조사(9월25일 발표)와 비교해 2.5%p 올랐고 부정평가는 2.7%p 하락한 수치다.
10월 물가 상승률 2.4% 15개월 만에 '최고'...환율 1440 '돌파'‧코스피도 '와르르'
그러나 지지율 상승과 더불어 심상치 않은 지표들도 속속히 발표되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지표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지난 4일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를 기록하며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국제유가가 60달러대로 안정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p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7.4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무려 2.4%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60달러 정도의 낮은 상황임에도 2%p가 넘는 수치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한 뒤 8월 한 차례 1.7%로 둔화했다가, 9월 다시 2.1%로 올라섰다. 해외단체여행비, 숙박료, 미용료 등이 포함되는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가 3.6% 올라 전체 물가의 0.72%p를 끌어올렸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어류·조개류·채소·과실 등)는 0.8% 하락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3.1% 뛰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5%p 기여했다. 이 중 축산물은 5.3%, 수산물은 5.9% 올랐으며, 특히 돼지고기(6.1%)와 고등어(11.0%)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산물도 1.1% 오르며 한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쌀(21.3%)과 찹쌀(45.5%) 등 곡물은 최근 잦은 비로 출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이후 142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 역시 1450원을 목전에 둘 정도로 상승했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급등해 1440원대를 다시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종가 대비 5.6원 오른 1443.5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오름폭을 1446.4원까지 키우면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장 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1,457.2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위험회피 심리까지 확산하면서 달러는 강세를 나타났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에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당국 개입 경계감에 1,440원 위에서는 무거운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하는 한국이 외화유출에 따른 환율상승을 부담스러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환율 상승과 함께,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던 코스피의 하락도 동시에 나타났다. 전날(5일)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급락하며 3900선 뒤로 밀리기 까지했고, 이로인해 한국거래소는 '관세 충격' 이후 7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를 발동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3800대까지 급락했지만, 막판 반등으로 4004.42에 장을 마쳤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및 코스닥 150선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코스피), 6%(코스닥)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한 채 1분 이상 지속될 때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시장의 선물 및 현물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제도다.
이에 언론에서는 이날을 ‘검은 수요일’이라고 표현했고, 현재 주식시장을 “일시적인 조정장 이다”, “하락의 시장이다”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한국 코스피와 더불어 비트코인도 5개월 만에 10만달러가 붕괴됐고, 금값은 온스당 4000달러를 밑도는 등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모두 조정국면에 진입한 양상이다. (참고로 오늘 6일 코스피 지수는 0.55%p 상승한 4026.45포인트)
문제는 이같이 코스피가 하락했던 시점에도 불구하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빚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를 옹호했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이날 하락한 이유는 그간 미국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AI 버블론’이 원인이었고, 다수 외신보도에 따르면 일주일전부터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즉, AI버블론이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위 부위원장의 빚투 발언이 제기된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현재 코스피의 하락장이 단순한 조정장인지, 아니면 추가적인 하락이 더 올 수 있는 상황인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빗발치는 상황. 이와 더불어 향후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현금투자 부담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간 200억 달러 투자가 환율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협상 불확실성 해소에도 환율 하락폭이 제한적이고, 대외 달러가치 하락폭을 다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구조적으로 대미 직접 및 간접 투자금액이 확대되는 흐름은 유효한 만큼 장기적으로 환율 하단을 점차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에도 외환시장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6일 관세협상에서 타결된 대미 투자금 연 상한 200억 달러도 외환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우리가 부담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외환시장에 충격이 없는 금액"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현재 국제유가가 낮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200억 달러 조달이 문제없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을 확신할 수는 없어 보인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기대감으로 하락한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대외 불안정성과 물가상승이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현재 텍사스유 배럴당 60.12달러, 브랜트유 63.98달러, 두바이유 65.1달러 수준)
만약 이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상승하게 된다면 한국 제조업의 원가부담과 환율압박은 가중 될 수 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만약 이 상황에서도 확장재정 정책을 고수한다면 심각한 물가상승이 도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가 물가대책의 일환으로 유동성을 줄이기도 쉽지 않을것으로 판단된다. 코스피 5000을 정부가 공약한 만큼, 유동성을 줄이기도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참고로 윤석열 정부의 경우 임기내내 국제적 고금리‧고유가로 확장재정 카드를 제대로 사용못한게 사실이다. 특히 2022년 임기 첫해의 경우 러우전쟁 발발에 의해 국제유가는 120달러를 돌파했고, 임기내내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유동성 위주의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는데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 역시 증시부양과 더불어, 환율과 물가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