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 1450원 '터치'…대미 현금 투자도 환율에 부담

외국인 주식 매도세에 원화 약세 압력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도 달러 강세 불러와

2025-11-06     안은혜 기자
코스피가 급락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터치한 가운데 연간 200억달러 상한의 대미 현금 투자가 장기적으로 환율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9.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장 대비 5.6원 오른 1443.5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우상향하더니 오후 3시28분께 1450원을 찍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지난 4월11일(1457.2원) 이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주간 거래 종가도 지난 4월11일(1449.9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며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물을 2조518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5974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화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이 생기기 때문에 주식 매도세를 더 자극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에 불이 붙으며 관련 종목이 급락하자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12월 추가 금리 인하는 전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가운데 2명이 동결을 주장했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100.2 선까지 올랐다.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긴 건 지난 8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지난 9월 말까지 1390~1400원대였던 환율은 최근 한 달여간 가파르게 올랐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일 주간 종가(1400원)와 비교하면 이날 종가는 50원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달 29일 대미 투자 협상이 타결됐지만, 연간 200억달러 상한의 대미 현금 투자가 장기적으로 환율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대형주에서 외국인이 물량을 쏟아낸 영향이 큰 데다가, 대미 투자 불안도 장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당분간 원화 환율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